at. 서초구립양재도서관
By Jeong-Yoon Lee
성인들의 종이책 독서량이 멸망 수준이라고 하죠? 책을 읽는 사람은 꾸준하게 읽는데 그 읽는 사람의 비중도 줄었다고랍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한 고급 정보를 얻는 게 훨씬 쉽고 빠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책 한 권 읽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무시 못 합니다. 투자한 시간 대비 얻는 정보의 깊이감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누군가 쉽고 간편하게 요약해 주는데 굳이 나의 시간을 들여 읽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점점 더 책과는 멀어지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왜 저렇게 요약되었는지 한 사람에 의해 편집되지 않은 원본 그 자체를 알고 싶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분의 리뷰를 들었다 하더라도 굳이 제가 읽고 싶더라고요. 그래야 "아~ 저래서 저렇게 요약이 되었구나!" 저 부분을 핵심으로 집어주었구나 하거든요.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솔깃했던 부분들도 생기기 마련이므로 저는 꼭 제가 소화를 해야겠더라고요.
작년에 동네 도서관을 검색해 보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정기 휴관일이었던 거죠. 그 뒤로 발길이 닿지 않게 되고 잊히게 되다가 최근 동네 산책을 하다가 도서관을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을 이용해 4번째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보문고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못 따라가 한 권씩만 구매하기로 하여 장바구니만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니 반납일을 지키게 되면서 책 읽는 속도가 반강제적으로 빨라진 거 같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동네 도서관을 이용했더라면 엄청난 독서량을 읽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몇 권의 책은 더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최근 초공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한 분야에 호기심이 생기면 "책, 도서관, 서점"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제가 읽은 책들의 카테고리를 보니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과학' 분야가 많이 겹치더라고요. 그렇게 책장을 둘러보는데 한 분야를 섭렵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인생에 있어서 많은 책을 읽었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고의 확장은 될 테니까요. 내 집 드나들 듯 산책하면서 도서관에 들르고 있는데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어서 빨리 읽고 싶은 욕심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독서가들은 아무래도 내가 읽은 책을 내 집 책장에 진열하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저도 제가 읽은 책들로 책장이 가득한 걸 꿈꾸며 책장을 구매했습니다. 점점 책장을 가득 채우게 되면서 책의 양도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니 집에 책 쌓일 걱정은 없는데 내가 읽은 책을 진열 못하는 점은 아쉽더라고요. 책 내용이 안 좋았으면 모르겠지만 너무 좋은 책들이라 구매해서 책장에 진열하고 싶은 걸 지금은 참고 있습니다. 동네 카페에 책 기부를 한차례 하고 책을 새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다시 덜어낼 때가 온 거 같습니다. 정말 많은 책을 소장하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제가 소유하고 있을 양은 이 책장 하나가 적당한 거 같아 넘치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서점에 가면 에세이 형식의 그 당시 유명한 인물들의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이제는 전문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는 인상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가볍게 책을 내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에 오히려 그런 책들은 자연스럽게 걸러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읽을 책을 고를 때 400~500페이지 이상의 두툼한 두께, 초판 1쇄는 언제 했고 몇 쇄째 발행 중인지, 추천사는 누군지, 책을 쓴 작가의 소개를 공들여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는데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브랜딩, 마케팅 관련 책을 꾸준하게 읽다 보니 업무에 있어서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혼자만 가슴에 품고 있으면 확실히 내 것이 될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던 거 같습니다. 다행히도 저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100%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머릿속에 머물지 않고 어떠한 결과물로든 남겨지니까 확실히 커리어에는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흔하게 하는 말처럼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게 되면서 나의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뭔가에 꽂히면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거나, 닥치는 대로 읽거나, 관련 서적을 대부분 섭렵하겠다는 각오로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는 게 가장 이기적인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읽고 싶은 도서를 희망할 수 있고, 대출, 반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아직까지는 지역 도서관의 단점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어떤 분야를 섭렵하고 싶은지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당신은 어떤 분야를 섭렵하고 싶은 신가요?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