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일생동안 조화로움의 위엄을 쫓아보자.
Words by Jeong-Yoon Lee
친구가 새 차를 뽑아서 열심히 싸돌아 다니는 시즌입니다. 덕분에 저만 신났네요. 직접 운전을 하진 못하지만 차 타고 어딘가 떠나는 것은 무척 좋아합니다. 새 차 뽑고 첫 여행은 대전이었습니다. 그리곤 소중하고 소중한 동갑친구를 함께 만나러 성남으로 출발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양재하고는 차로는 가까운 편인데 참 만나기 어려운 사이가 되었네요. 두 번째 출산을 하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제대로 육아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떡볶이, 쫄면, 돈가스 분식류의 식사를 마치고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타임을 가지기 위해 백현동에 위치한 가비양 카페로 갔습니다.
성남 분당구 서현동
제가 참 좋아하는 오래된 낡은 멋이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겉외관부터 오래됨이 느껴졌는데 카페로 들어가려고 통과하는 작은 정원에서도 부지런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정원 관리가 보통 일이 많은 게 아니잖아요? 보기엔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여름철엔 벌레도 많고, 잡초도 쑥쑥 자라서 예쁨을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게 보통일이 아닌 게 양재천을 산책하면서도 매번 느끼거든요. 강직한 나무까지 함께 어우러진 야외테라스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설레는 기분까지 들게 하더라고요.
야외테라스 테이블 위 커피잔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는 처음부터 계산된 위치에 놓인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각자의 위치를 잡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뭔가 조잡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것과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조잡한 느낌이 아니었어요. 모든 시간을 다 담아내고 있는 숭고한 멋이 느껴지는 카페 분위기였어요.
이를 뒷받침 손님들의 나잇대인데, 많은 카페를 다녔지만 손님들의 나잇대가 높은 곳은 처음이었어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함께 간 친구들도 같은 소리를 하더라고요. 보기에 무척 좋았습니다. 중년을 넘어 말년이 가까운 나이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조화롭게 살고 싶다.
핸드드립의 성지라고 자체 소개를 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카페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문 앞에 붙은 모든 핸드드립 커피의 맛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자세한 맛 설명까지는 빠르게 읽지 못했지만 산미가 적다는 말에 Brawil Pulped Natural(브라질 펄프드 내추럴)을 주문했어요. 편안하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커피맛이었어요. 이곳이 커피로써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친구가 주문한 RED CATUCAI(다테하 레드 카투카이 오스왈드) 때문이에요. 정말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커피의 향과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커피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바로 추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동생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된 약사님이 커피를 좋아하셔서 선물로 바샤커피를 사주는 걸 보고 바로 가비양 커피도 추천해 줬습니다. 발 빠른 동생이 곧 약사님 생신이라면서 가비양 15종 원두세트를 주문했더라고요. 누구 또 커피 좋아하는 분 계세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주제로 다양하게 떠들어 재끼다가 수다가 아쉬워 두 번째 카페를 가게 되었어요. 저희와 함께인 반려동물이 있었기에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한 카페 위주로 찾게 되었는데, 백현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백금당을 가게 되었습니다.
성남 분당구 백현동
분당에 백현동 카페거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디자인회사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부유한 멋이 흐르는 카페거리였어요. 백금당 카페 외관은 누구나도 같은 소리를 할 만큼 일본이 떠오르는 분위기였어요. 하얀 건물에 짙은 나무로 된 작은 문과 톤 앤 매너를 지키고 있는 백금당이라고 쓰인 한자가 더욱더 일본의 귀여운 분위기였어요. 문고리를 돌리고 들어간 실내는 바깥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위로는 화이트 아래로는 짙은 나무컬러가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그곳에 가면 그곳만의 메뉴를 꼭 주문해 보는 편이라 달달한 커피라고 안내를 해주신 백금당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꽤나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수플레케이스인 백금당 케이크도 주문을 했어요. 메뉴는 앉을 테이블에 직접 가져가 고른 뒤 카운터로 가서 주문하면 직접 테이블에 가져다주는 방식입니다.
주문한 음료나 케이크는 특별히 엄청난 맛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이루는 백금당이라는 한문이 적힌 접시와 머그잔이 기분 좋게 하더라고요. 디자이너라서 그런가? 각각 다르게 음료를 주문했는데, 주문한 음료와 어울리는 잔세팅과 나무 손잡이의 커트러리 구성까지 여러모로 신경 쓴 티가나서 너무 만족스러웠던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런 신경 씀에 알아채주는 게 소비자의 의무 아닌가요?
조명의 밝기나 카페 안의 조용함이 대화를 더 이끌어냈던 거 같아요. "우리 독서모임할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육아부터 사회과학까지 다루지 않은 대화의 주제가 없을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눠서 에너지를 뺏기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한 기분까지 들었어요. 내향인인데 이렇게나 대화가 즐거울 정도면 카페가 잘못한 거죠. 역시나 조화로움에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끼니 나도 너도 조화로운 사람이 되어보자꾸나!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