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카밀라 팡
자신과 타협하고 나면 이제 다른 사람들과 타협할 차례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나”에 대해 정의할 순 없지만 믿음직스러운 나를 만들어놓을 수는 있을 거 같다. 아직 믿음직한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믿음직스러운 나”를 만나는 시간부터 가져보자! “자신과 타협하고 나면 이제 다른 사람들과 타협할 차례다.”라는 문장처럼 일단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 결정하고 나면 그다음 문이 열릴 것이다.
저자인 카밀라 팡은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를 진단받았다.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한 변호가 우영우”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하나둘 이해되기 시작했다. 참 많은 부분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시도하고, 실수하고, 배우며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어진 나의 설명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저자가 살아가면서 무한한 즐거움을 안겨준 과학을 통해 해답을 찾은 내용들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인간 군상을 이해하려고 코스모스 책을 접하게 되면서 우주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면 이해 못 할 인간이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인간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이 폭발하던 시기에 읽었던 호프 자런의 랩 걸을 읽으면서도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오류나 피드백을 불쾌하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과학처럼 오류를 딛고 번성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쓴다면 좀 더 조화로운 관계들이 많아질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2024 LMNT 인텔리전스 Div. 전략가 모집] 글을 보는데 하단에 “이런 분들 사절합니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책 속에도 나오는 성격의 위상이 맞는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애당초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은 오지도 말라는 단호함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9번 예의범절 관련이 가장 좋았다.(나 자신도 되돌아보며) “함께 일하는 것은 그저 착한 척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예의범절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책 속에서도 발견한 문장이다! 역시 차이는 작은 데서 만들어진다.
이런 분들 사절합니다.
1. 지식이 조금 쌓였다고 쉽게 지적 우월감과 오만에 빠지시는 분들은 사절합니다. 우린 죽을 때까지 불확실한 지식을 안고 살아가거든요.
2. 동료를 지식의 깊이로 쉽게 재단하고, 무시하면 안 돼요. 내가 더 잘 아는 분야가 있다면, 다른 동료도 더 잘 아는 분야가 있거든요.
3. 퇴근을 하려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은 성장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야근만 하려는 사람도 좋지 않아요.
4. 진짜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의미의 기호학적 탐구를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할 동료가 필요해요.
5. 내가 직접 설명할 수 없으면 아는 게 아니에요. 쉽게 아는 척하지 않아야 해요.
6. 상대의 낯선 언어를 자기 언어로 환원시키는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직업이 어울립니다. 의미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타자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거든요.
7. 종종 저를 시험하는 자칭 인텔리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은 저와 회사 외부에서 학술토론을 하시면 됩니다. 우린 팀웍이 중요합니다. 누구를 이기려 하는 분들은 프리랜서를 하시는 게 좋아요. 토론을 원하시는 분들은 저와 커피 한 잔 하시는 게 낫습니다. ☕️
8. 지적 탐구도 중요하나, 비즈니스 매너는 더 중요합니다.
9.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식사 예절, 전화 예절, 인사 예절을 배워서 오세요. 그런 기본이 돼 있지 않은데, 고상한 담론을 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Camilla Pang)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를 진단받은 카밀라 팡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물화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언어, 과학을 통해 공감, 사랑, 이해와 같은 불가사의한 감정에 가닿는 아름답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생물화학, 물리학, 화학, 통계학, 역학, 광학, 컴퓨터과학, 정보과학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2020년 첫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저서로 스티븐 호킹, 빌 브라이슨 등 뛰어난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왕립학회에서 최고의 과학책 상을 수상했다.
【ˇ˘°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문장 수집 °ˇ˘】
나는 내가 이 행성에 온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 11
나의 신경 다양성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와 관련된 질문을 수없이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그 질문들에 답할 능력도 주었다.
나는 살아가면서 내게 무한한 즐거움을 안겨준 과학을 통해 이 질문의 해답들을 찾았다.
p. 13
결코 단순하거나 직접적일 수 없는 대상을 더 복잡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통찰력과 위대한 자발성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p. 21
책을 읽지 않을 때면 관찰을 하곤 했다.
p. 27
가설을 세우는 이유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가설이 얼마나 굳건해 보이든 간에 절대적인 인생 안내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삶은 곧은 길이 아니라 갈림길이며, 이런 현실에 대응하려면 사고 패턴이 필요하다.
p. 42
우리는 관찰하고 시험하고 재시도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세상의 눈에 완벽해 보이는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다듬는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할 수 있다면,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할 수 있다.
p. 43
짜증스럽고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지만 오류가 발생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매혹적인 면이다. 과학은 오류를 딛고 번성한다.
결국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이 되기도 하듯이, 이 맥락 속의 노이즈는 종종 다른 맥락에서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p. 44-45
나무처럼 생각하기는 우리 주변의 복잡성을 반영하며 동시에 우리가 회복하도록 돕기 때문에 중요하다. 상자가 밟히고 부서져서 영원히 사라진 후에도 의사결정 나무는 수백 년을 버틴 굳건한 참나무처럼 그 어떤 날씨에도 맞설 수 있다.
p. 47
독특한 기술과 개성을 자랑스럽게 여겨 차별점으로 만드는 단백질과 달리 그것을 숨기려 노력하느라 인간은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을까?
p. 55
핵단백질은 최고의 집중력을 갖춘 전문가이며 종종 당신의 예상보다 내향적이다. MBTI 유형으로는 아마 ‘공익에 이바지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해 명확한 비전을 발전시키는, 비전을 수행하는 데 체계적으로 결단력 있는’ INFJ 유형으로 분류될 것이다. 혹은 ‘자기 생각을 실행할 때 독창적인 마음과 위대한 동기로 목표를 성취하는, 외부 사건에서 재빠르게 패턴을 파악해서 장기간의 탐색적인 관점을 개발하는’ INTJ 유형일 수도 있다.
p. 71
차이는 우리가 함께 일하도록 도우며 개성은 효율적인 팀워크의 핵심이라고 단백질은 말한다.
p. 77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에 에너지를 쏟을지를 타인이 결정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p. 100-101
자신과 타협하고 나면 이제 다른 사람들과 타협할 차례다.
p. 105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을 약점처럼 부끄럽게 생각하는 대신,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에게 우리의 가장 뿌리 깊은 공포를 주저 없이 말하고, 공포를 드러내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사적인 친구든 직장동료든 마찬가지다. 프리즘과 같은 사고방식을 개발하려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에 대해 투명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공포를 억누르려는 충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렌즈를 통해 공포를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다.
p. 123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관계를 최대한 잘 활용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관계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p. 143
내가 나를 ‘아는' 사람들 외에 결국 파괴적인 간섭으로 끝날 것 같은 타인과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이유다.
같은 공진주파수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가장 즐겁다. 정확한 순간에 그네를 미는 것처럼, 위상이 맞는 친구, 배우자, 직장 동료는 논평, 농담, 제스처, 혹은 짧은 메시지 같은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우리의 영혼과 감정을 침몰시키듯이, 잘 맞는 사람은 우리의 영혼과 감정을 급상승시킬 수 있다.
p. 149
인간은 변화를 위한 도전과 잠재력이 필요하며, 이것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대비되는 파동(인간)이다.
p. 151
서로 다름에 압도되기보다는 차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
p. 152
확신을 가지고 삶을 계획하려면 삶의 맥락과 사람들의 행동, 그리고 주변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p. 161
관찰자 효과, 즉 표본의 자연스러운 행위에 관찰의 영향이나 인적 오류가 생기는 일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p. 166
나는 막다른 상황에 부닥친 타인에게 폭넓게 공감할 수 있으며, 이는 내 모든 경험과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가 건넬 수 있는 조언 덕분이다. 나는 내가 그 모든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점이 어려움을 겪는 내 삶 속 타인과 나를 연결해 준다. 나는 말 그대로 그들의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을 상상할 수 있다.
p. 171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두 가지 조건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인내심이다.
p. 215-216
정말로 타인을 이해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과 의도 사이의 간극을 익히고, 행복하거나 슬플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고 상대방이 자신만의 동굴로 숨어드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그저 공간에 대한 욕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알아야 한다.
p. 220
관찰을 통해 수집한 증거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평형 상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결정도 해야 한다.
p. 223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면 공감, 이해, 타협, 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p. 231
인간은 변할 때 성격과 인생관, 야망도 바뀌고, 이에 따라 원자가도 바뀔 수 있다.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을 찾는다는 뜻일 수 있으며, 파티 친구 대신 한결같은 친구를, 함께 즐길 파트너보다 가족을 돌보는 파트너를 찾게 될 수도 있다.
p. 256
관계를 생각하다 보면 각각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관계는 우리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양육한다. 공유결합은 한결같이 지지해 주는 관계로 우리를 편안하고 안도하게 한다. 이온결합은 신나고 열정적인 관계로 종종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공유결합은 우리의 삶에서 한결같이 흐르는 강과 같아서, 밀려갔다가 밀려오고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절대 마르지 않는다. 이온결합은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놀이와 같아서, 에너지와 가능성으로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우리에게는 각기 다른 이유로 두 가지 결합이 모두 필요하며, 우리의 존재와 삶에 적절한 비율로 언제나 있어야 한다.
p. 259
과학자라면 누구나 오류나 나쁜 결과는 없으며 오직 더 나은 학습을 위한 데이터만 있다고 말할 것이다.
p. 273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양성 피드백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하거나 우리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음성 피드백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양성 피드백이든 음성 피드백이든 남용해선 안 된다.
p. 283
예의범절의 끝없는 변형을 탐색할 때 유일하게 안전한 방책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엇도 가정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예의범절은 집단이 결정하지만, 개인이 선택적으로 번역한다.
p. 296-297
예의범절을 배우는 것이 그저 사회에서의 당혹감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나 문화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고, 연대감을 확고히 하고 상호주의를 구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차이는 아주 작은 데서 만들어진다.
함께 일하는 것은 그저 착한 척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예의범절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p. 307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한 관찰, 계산, 연결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상황으로 나아가되,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 땅 위에만 발을 내딛어라. 실수에 집착하지 말고 대신 실수로 배운 것에 집중해라.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항상 튀어나올 것이다. 더 많이 배울수록 발견할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의범절 게임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이 게임을 절대 완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을 사실 경쟁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그리고 상호 이익을 위해 자신의 즉각적인 욕구를 억누르는 것에 더 가깝다.
빈손으로 나타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 수박이라도 들고 나타나는 편이 더 낫다.
p. 312
By Jeong-Yoon Lee
Photo: 이정윤 @ant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