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한낮에도 해가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으로 이사 왔을 때 식물을 키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와 함께 이사 온 식물들 몇 개는 결국 죽었지만 몇 개는 여전히 이 장소에서 5년째 나와 살고 있다. 식물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새로 이사 온 집은 바로 옆에 건물들이 붙어 있어 한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깜깜하다. 이런 환경에서 식물이 잘 자랄까 싶었지만 내 식물들은 생각보다 잘 자라주고 있다. 깜깜한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줘야 한다.
해. 바람. 물
우선 식물을 키우려면 기본 조건이 있는데 이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해 주면 식물 친구들은 생각보다 잘 자라준다. 한낮에도 깜깜한데 무슨 해라고? 싶다면 해 대신 다른 빛을 보여주면 된다.
우선 처음 식물을 데려올 때 작은 포트 화분보다 조금 더 큰 포트에 심겨있는 식물들을 데려오자.
작은 포트에 심긴 식물들은 자주 관심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때론 과습으로 때론 물이 모자라 쉽게 죽는다. 특히나 깜깜하고 습한 우리 집에서 이 작은 식물들은 잘 자라지 않는다. 몇 개월 잘 자라주다가 환경이 맞지 않는 순간이 오면 금방 죽어버린다. 그래서 식물을 데려올 때 우선은 생명력 강한 음지 식물들 위주로, 그리고 화분의 크기가 조금 큰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래야 적응하면서 몸 앓이를 해도 결국 살아남는다. 이렇게까지 해서 식물을 키워야 하나 싶지만 식물이라는 생명체가 주는 안정감이 좋아서 계속 조금씩 나의 환경에 맞는 식물들을 찾아 데려오는 중이다.
물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물 주기. 우선 각자 집의 환경이 어떤지 살펴본다. 습하거나 건조한 정도에 따라 물을 주는 주기가 달라진다. 우리 집의 환경은 어둡고 습하다. 집안의 습도가 높다. 식물들에게 이 습도는 나름 좋은 환경이다. 덕분에 다른 집에 비해 물을 자주 주지 않는다. 습한 환경 탓에 다른 장소보다 물 주는 시기가 더 늦다. 보통 식물 가게에서 식물을 구입하면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라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집처럼 습하다면 물 주기가 더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식물마다 다르기에 하나하나 주의가 필요하다. 식물을 여러 개 같이 키우다 보면 물 주기가 비슷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때부터는 관리가 수월하다. 매일의 식물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잎이 조금 쳐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화분을 들어보면 무척이나 가볍다. 그 순간 물을 주면 과습으로 절대 죽지 않는다.
해
우리 집은 해가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불을 켤 수 있다. 식물을 위한 등을 사도 좋고 그냥 지금 집에 있는 전구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조금 웃자라거나 천천히 자라긴 하지만 깜깜한 방에서도 식물은 키울 수 있다. 대신 식물을 위해서 한낮에도 불을 켜 둔다. 요즘엔 집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불을 켜고 생활하지만 회사 다니는 동안에도 한낮에 불을 켜 뒀다. 하루 종일 불을 켜놔도 우리 집 전기세는 1만 원도 나오지 않는다. 진짜 햇빛도 아니지만 고맙게도 식물들은 이 조명만으로도 잘 자라주고 있다.
바람
물과 해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바람. 환기는 필수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항상 해주어야 한다. 여름엔 물론이고 한 겨울에 춥다고 창문을 닫아둔다면 식물들이 쉽게 죽을 수 있다. 한겨울에도 꼭꼭 환기는 필수. 특히나 물을 주고 난 다음에 라면 한두 시간 정도 환기는 꼭 해두자.
이 세 가지 조건만 잘 맞춰 주면 깜깜한 실내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절대 키울 수 없는 종류의 식물이 있다. 바로 허브 종류. 해, 바람, 물을 유난히 많이 필요로 하는 허브는 우리 집에서는 절대 키울 수 없다. 로즈메리와 유칼립투스를 특히 좋아하지만 지금의 환경에서는 절대 키울 수 없다. 잘 키워보려고 몇 번을 데려왔다가 번번이 우리 집에서 적응하지 못해 죽이고 말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 집에서 키우고 있는 식물 종류는 필론덴드론제나두(셀렘), 바나나크로톤, 러브체인, 몬스테라, 스투키, 립살리스 부사완, 몬스테라 오블리쿠아, 스틴답서스, 이글라오네마 이렇게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