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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Nov 04. 2023

육아를 한다는 것의 20가지 의미

발레학원 가는 날 발레복을 깜박하고 안 보낸 것

그 사실을 퇴근길 밤 9시에서야 알아챈 것


그러나 이런 실수를 웃으며 넘 수 있게 되는 것

나란 인간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얽매이지 않 것

마음이 비워진 자리에 여유와 웃음 한 스푼이 추가되는 것


할 일이 많아진 대신 삶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

덜 중요한 일엔 에너지를 쓰지 않고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


그래서 사사로운 인간관계의 마찰이나

예전에 힘을 빼던 온갖 일들에서

자연스럽게 관심과 힘이 덜 쓰이는 것


인간관계가 좁아지지만

달리 말하면 중요한 사람만 남고 인간관계가 군더더기 없이 정리되는 것


나란 사람의 인내심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는 것

형언할 수 없는 화가 나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인내심 스킬이 향상되어 가는 것



타인을 향한 배려심이 무한대로 올라가는 것

나보다 남을 먼저 돌보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희생과 배려의 정신이 가득해지는 것

육아를 하며 얻은 배려심이 사회 구성원에게도 확산되는 것


치워도 치워도 돌아서면 다시 어질러지는 마법 같은 뫼비우스띠를 경험하게 되는 것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는 것

비록 내 시간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지만 함께여서 더욱 행복함을 느끼는 것


집안이 티 없이 맑은 웃음과 노랫소리로 가득 차게 되는 것. 성인이 되고 이처럼 많이 웃을 수 있을 수 있음에 놀게 되는 것. 요란하고 소란함 속에 웃음도 넘쳐나는 것


자연의 소중함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

육아와 살림으로 바빠졌지만, 동시에 싱그러운 햇살과 산들바람과 흙을 더욱 가까이하며 줄지어 가는 작은 개미떼조차 구경하는 느린 삶을 경험하는 것



자식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새로운 관점 속에, 깨끗한 환경과 건강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나부터 하나씩 실천하게 되는 것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남일 같지 않은 것. 내가 덕을 쌓으면 덕으로 돌아옴을 생각하면서 악한 행동을 삼가고 품행을 바르게 하며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게 되는 것


용서와 관용이 늘어나는 것

이까짓 것쯤은~ 하는 강인함도 길러지는 것


가장 가까이에서 부모를 그대로 모방하는 자녀가 있으니 부끄럽지 않고 더욱 멋진 성인이 되기 위해 지, 덕, 체를 쌓게 되는 것


무심히 깎은 과일을 먹고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최고라고 엄지 척해주고,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해줘 엄마는 요리사라고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일상에 힘을 받고 머쓱하면서 으쓱해지는 것


체력이 국력임을 느끼게 되는 것. 건강한 심신과 기초체력이 삶의 질이 되는 것


바라만 봐도 한 없이 가슴이 벅차오르고, 사랑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게 되는 것


 기쁨보다, 너의 기쁨을 위한 선택들을 하게 되는 것. 그걸 바라보는 게 또 다른 나의 기쁨인 것


그러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함이 분명한 명제인 것. 그러니 나를 소중히 여기고 돌보면서 가정을 챙겨야 롱런할 수 있는 것






육아를 하며 거울처럼 부모의 모습을 흡수하는 생명체를 보며, 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자 나를 레벨업 하게 되었고, 반강제적 수양으로 쌓인 내공들로 세상을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생명을 길러내는 게 무엇보다 뜻깊고 가치있음을 느끼며, 보석같이 빛나는 아이를 보며 사함을 느낀다. 일상에서는 더 많이 더 자주 기쁨과 평온을 느끼게 되고 깔깔대며 웃을 일이 많아졌다. 물론 동시에 화낼 일도 많아지지만, 육아가 내게 준 선물과 변화들을 떠올려봤다. 관계, 일상, 삶의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며 오늘도 K-직장인이자 엄마라는 양대산맥에서 고군분투하며 균형을 찾고, 모두가 행복한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그간 깨닫고 변화한 점을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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