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갈망이 된다.

결핍은 갈망이 된다. 

치열하게 노력해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과거사가 있죠. 바로 너무나도 가난했다는 겁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강렬한 갈망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크기의 결핍이 있어야 합니다.

연애에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채우고 싶어 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만나지 말라고 말리는 연애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겉으로 보이는 외모, 직업, 재력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마음이 이끌리는 방향은 나에게서 정서적으로 늘 결핍된 무언가입니다. 

작가 알렝 드 보통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우리가 예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예술작품에서 자신의 삶에 부족한 무엇을 찾는다고 말이죠. 전쟁통 속에서 한 작가는 평온한 풍경의 그림을 그려냅니다. 그의 삶에 결핍된 평온을 그림을 통해 채우려 합니다. 삶에 재미가 결핍된 사람은 위트 있는 그림에 이끌리는 경험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결핍된 무언가에 마음이 이끌리게 됩니다.

이별 후 그 사람에게 끌렸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의 결핍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정서적 욕구

마음에는 채워져야 할 다섯 가지 욕구가 있습니다. 정서적인 안정감,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율성, 욕구와 감정 표현의 자유, 자발성과 유희, 그리고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는 자기 통제입니다. 허용적인 부모님은 욕구와 감정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겠지만, 현실적 한계에서 결핍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능력을 강조하는 부모님은 자율성과 자기 통제를 키워주되 감정표현의 자유에서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죠. 부모님의 불안이 높다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에 결핍이 생길 것입니다. 

물론 정서적 욕구는 엄청나게 세분화될 수 있고 다양한 서사로 존재합니다. 부모의 양육 스타일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며, 아이가 타고난 기질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핍이 강렬할수록 그것은 커다란 갈망이자 불안의 원동력이 됩니다.

결핍을 채우는 일

결핍이 존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을 적절히 채워주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결핍은 주로 채워지지 않고 숨기게 되어 계속 결핍되는 굴레에 빠집니다.

예를 들면, 경쟁적이고, 실패에 관용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의존욕구가 결핍된 사람들이 여럿입니다. 의존욕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패배자가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늘 강한 모습, 씩씩하고 괜찮은 모습만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싶고, 누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억눌려 있습니다. 겉으로 씩씩한 척 하니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의존욕구는 날이 갈수록 메말라 갑니다.

K장녀 같은 캐릭터도 위에 속합니다. 이런 경우 도움을 청하는 데 극도의 수치심과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어울립니다. 누군가의 나약함이나 의존적인 모습을 보면 화가 치솟지요. 모두 의존욕구가 너무 메말라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의지해선 안된다는 신념이 생긴 삶의 배경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적당히 도움을 청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건강한 의존 연습이 필요합니다. 너무 배가 고프면 상한 음식도 구분하지 못하고 집어삼키게 됩니다. 정서적 욕구도 너무 허기지고, 오랜 시간 결핍이 이어지면,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에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됩니다. 

정서적 욕구는 아쉽게도 영영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루 세끼씩 밥을 먹어도 내일이면 또다시 배가 고픈 것처럼요. 그래서 그저 매일 세끼 밥을 챙겨 먹듯, 꾸준히 조금씩 채우며 유지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식입니다. 한 번에 큰 보상으로 과식을 하기보다는요.

이번 연애에서 어떤 끌림을 느꼈나요? 허기져있던 정서적 욕구를 발견하고, 앞으로는 잘 채워줄 수 있도록 변화할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