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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에 대한 꿈 그리고 독립출판

새로운 도전을 위해 아집을 내려놓다

by 김희영

중학교 시절의 나의 꿈이 '방송작가' 였다면, 고등학교 시절의 나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 꿈의 색깔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확연히 달랐다. 내 눈에 '방송작가'는 화려한 직업처럼 여겨졌고, '소설가'는 실력으로 단단하게 뭉친 직업처럼 여겨졌다. 오롯이 글쓰기 실력으로만 겨뤄야 한다니, 고등학교 시절 나의 습작품은 공책 위에서 마음껏 헤엄쳤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떻게 소설을 써야 하는 줄도 모른 체, 그저 많이 읽고 썼다. 작품에 대한 편식도 심해, 작가들의 작품도 골라 읽었다. 내가 당시에 좋아했던 작가는 정한아 작가나 공지영 작가였다. 어디 거대한 신문사나 문예지에 등단해서, 최연소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때 당시 내 마음에 가장 뜨겁게 들끓었던 꿈이었다.

그 꿈은 대학교에 가서도 이어졌다. 문예창작 동아리에 들어갔다. 대학 공부와 방송국 동아리 생활을 병행하며 근근이 글쓰기를 이어갔다. 소설가로서의 등단을 꿈꿨기에, 나는 꼭 장편소설만을 고집했다. 그러나 그렇게 애매하게 발을 걸쳐 쓰는 글쓰기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나는 작품을 써낼수록, '현재 20대의 나는 절대 등단을 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직은 연륜이 없고, 세상을 담아내기에 내 나이가 무척 어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비공개로 묵혀둔 글들, 브런치에서 빛을 발하다

그러니 나에게 작가로서의 성공은, 당시 나에겐 너무나 먼 꿈이었다. 우선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 잡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커졌을 때 작가로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글쓰기에 대한 한(?)을 네이버 블로그에 비공개로 풀기 시작했다. 독자들을 바라고 쓴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직 내 감정의 배설뿐이었다. 어떤 날은 정말이지,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날것의 낯부끄러운 감정들도 섞여 있었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부터, 회사생활에 대한 설움, 나 자신에 대한 미움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까지 다양했다. 나는 그때 그 부끄러운 감정의 글들이 단순히 "힘들다", "짜증 난다", "화가 난다" 등의 직설적인 문장으로 서술되기를 꺼려했다. 당시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비유적인 방법들을 사용해 문학적으로 썼다. 배설로만 가득한 현재의 이 글들이 훗날 나의 글 실력을 조금이나마 향상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날것의 감정들을 은밀하게 써 내려가던 어느 날, 친한 대학교 동기가 나의 비밀 일기장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친구도 직장생활을 하며 자기 계발과 이직을 병행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음 맞아 떠난 대전 겨울여행지에서, 우리의 힘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토로했다. 어쩌다 비밀 일기까지 공유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던 것 같다─ 친구는 나의 글을 주욱 읽어보더니 문득 다음의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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