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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의 끝

실업급여는 '절대' 달콤하지 않았다.

by 김희영

실업급여를 수급받으러 가는 길은 생각만큼 설레지 않았다. 쉴 틈 없이 이직을 이어오던 나는, 5년 동안 바지런히 일했던 근무 기간을 인정받아 210일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실업급여를 210일간 받기 위해 5년간 부지런히 일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 생애 실업급여를 수령하게 되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다. 주변 친구들이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취업 공부와 이직준비를 할 동안, 나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 시기 경력을 조금이라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덕분에 그 경력은 회사의 부도와 경영악화 아래 잠시 접어둬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영상편집자로서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었고, 회사다운 회사도 경험해 볼 수 있는 큰 기회였으니까. 단지, 그때 나는 내가 애사심을 갖고 그 회사를 사랑했던 것만큼, 이별에 대한 후폭풍도 컸을 뿐이었다. 난 아직 뭔가를 더 사랑하고, 영상으로 더 쏟아낼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해보지도 못한 일들이 가슴속에 남은 상황에서, 회사와 '이런 식'의 이별은 허무했다. 연인으로 따지면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은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렇다고 돌이킬 수도 없는, 그러나 미련만 잔뜩 남은 그런 지저분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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