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함

by 김희영

코로나19를 거쳐 불안정한 고용 시장과 불경기를 겪었던 나는, 한동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꿈과 목표는 마치 움직이지 않는 미지의 성처럼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환경은 바다처럼 움직였고, 꿈과 목표도 그 흐름에 따라 너울너울 움직였다. 멀어져 보여서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끊임없이 자학했다. 다 내가 게으른 탓이라고, 못난 탓이라고, 스스로를 탓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짙은 심해에 잠겨 있었다. 스스로를 탓할수록 우울감은 심해졌고, 나는 혼자 있을 때마다 울었다. 푸른 밤은 마치 내 마음에 짙게 남은 멍자국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 영상편집을 할 수 있다는, 내 안의 작은 자부심마저 부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난 아무것도 못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그런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생각 끝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렇게 괴로울 거면 나 왜 살고 있지?'

아주 지독한 고독감이 몇 계절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 약 이 년여의 시간정도 흘렀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듯, 나는 서서히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서서히 멍들었고, 서서히 죽어갔다. 그리고 나는 또 서서히 회복되어 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희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공감을 읽고, 마음을 씁니다.

1,94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5화코로나19, 권고사직, 불경기 … 벼랑 끝에 선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