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내가 마틸다를 죽게 내버려 둘 리 없었다.
마틸다는 여전히 살아 숨쉬는 앵두 같은 소녀의 모습으로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았다.
“마침내 이 세계는 비인 껍질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
하늘이 쓰이우고 바다가 돌고 하기로소니,
그것은 결국 딴 세계의 껍질에 지나지 아니하였읍니다.”
이것은 정지용의 시다.
정지용 시인은 스물하나의 나이에 연애보담
담배를 먼저 배웠다고 하였다.
아주 오래 전 시인은 한 손에는 담배를 까무룩 쥔 채
어느 칠월 해협에서 여름 햇살을 소금처럼 온 몸에 받으며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이월 마틸다는 베란다 안까지 흘러 넘치는 바깥의 햇빛을
온 몸에 받으며 나의 품에서 겨울 아침 동백잎처럼 빛나고 있다.
“마틸다. 왜 나를 떠나려고 했어?”
마틸다는 그저 사슴같은 두 눈을
조용히 감았다 떴다 하곤 한다.
“막상 약통을 만지작거리다 보니까
토끼랑 공주님 인형이랑 코알라랑 같이 잠든 사이에
행복하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삼켜야 한다는 게 소름이 끼쳤어.
진절머리가 났어....”
그리고 그녀의 벨벳처럼 부드러운 눈이 나를 향한다.
“하지만 보지 않으면 잊혀지잖아.
그날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름다운 얼굴들을 생각했어.
일이 잘 되어도 마찬가지지만 만약 깨어나 버린다 해도 다신 볼 수 없겠지.
그래서 그 얼굴들을 생각하는 것은 역시 마지막이었어.
죽기 전에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오버랩 된다던데
나한테는 가장 최근의 일들이 칼날처럼 쭈뼛할 정도로 생각났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