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내 친구 희는 물었다. 지금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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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떨어진 담뱃갑을 부여잡고 집 앞 24시간 편의점에 들렀다. 배가 고파진 희는 지난번에 같이 먹어 맛있었던 치즈맛 떡볶이를 샀고, 나는 맥주 한 캔과 담배를 샀다.
완연한 가을이다. 추적추적 비를 맞고 다녀왔던 편의점에서 나와 처마 밑에서 각자의 담배를 태웠다. 그의 연인과 약간의 다툼이 있었던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얼굴색이 피었다. 그 희미한 웃음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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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일까. 쟤 때문에 화나고, 괴롭고 그랬는데, 이렇게 얼굴 봤다고 다시 좋잖아.”
내 친구 희는 물었다. 지금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아픈 순간에도 그저 얼굴 한 번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이 감정이 무엇일까.
“사랑이 뭔진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드는 그 대상을 나의 분신이라 생각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이라고 분리를 하지 못할 때 괴로운 것 같아” 나는 말했다.
“완전. 우정이랑도 너무 다른 것 같아. 언니랑 나랑 이렇게 각자 담배를 태우는 다른 사람이란 것을, 각자의 방에 있다가도, 때되면 만나고 그런게 아니라, 오늘 하루가 궁금하고, 모든 걸 공유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어서 더 힘들고,,” 희는 말했다.
“그래서 살아 있는 것을 느끼는,, 그런 거 아닐까?” 나는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또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 채, 빗방울에 젖어버린 담배를 기꺼이 다 태우고는 집으로 향했다.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