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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훈 Oct 22. 2023

몽족 '닭싸움을 즐겨하는 민족'

아시아의 오지 기행, 고산족 순례


몽족 '닭싸움을 즐겨하는 민족'


고단했던 한 인간의 삶이 집약된 화석 같은 얼굴.


어느 집 마당, 겨울 볕 아래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초로의 노인
깊은 주름마다 나이테처럼
겨울 볕이 스몄다


한 세월 무얼 바라보며 살아왔을까
이 다 빠진 입에서
배어나오는 미소가,
살아나가야 할 길을 가르치는 듯하다


“넌 지금까지 무얼 보았느냐고,
나에게 묻는 것 같다.”


한 세월 풍상과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집약된 얼굴,


수많은 눈물과 이야기가
저절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살아있는 화석,


그 녀의 등 뒤로
삶의 깊은 고뇌가 흘러내린다.
- ‘몽족 마을에서’ 윤재훈


여행자의 내공이 엿보이는 프랑스인, 카림.


찡쯩리에 집에 가니 여기도 사람들로 왁자하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30세 <카림>이라는 푸른 눈의 사내도 한 명 끼여 있다. 어떻게 이 오지까지 왔을까. 그는 4달 일정으로 애인과 함께 이곳에 와 꿍텝(방콕)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유명한 관광지인 깐자나부리, 상크라부리, 메솟, 치앙마이를 거쳐 왔다고 한다.

타이에서 가장 높은 산 도이인터논 국립공원에서 텐트를 빌려 하룻밤 자고, 깊은 산속 마을 매젬을 지나 이곳까지 왔다고 하는데, 그의 여행 내공이 엿보인다.

그 옆에는 핀란드에서 비닐 하우스 화훼 농장과 사과 농장에서 일한다는 31세의 <거우>라는 사내가 서 있다. 한 달에 63,000밧(2,520,000원 가량)을 받으며 6개월 일하고 돌아왔다고 하니 마을 청년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겠다. 다시 또 6개월을 더 간다고 한다. 이곳의 경제 사정으로 상당히 큰 돈이기 때문에 그 먼 이국도 마다않고 가는 듯한데, 이번에는 25명 정도가 함께 간다고 한다.


닭싸움을 즐겨하는 민족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맹렬하게 싸우니.


태국인들은 닭싸움을 아주 좋아한다. 청년들은 대부분 자기 닭을 서너 마리씩 가지고 있으며, 주로 명절 때 닭싸움을 하고 때에 따라 돈도 거는 듯하다.

우리에 넣자마자 종(種)들끼리 맹렬하게 싸운다. 왜 저렇게도 심하게 싸울까. 마치 인간들의 공격성에 세뇌라도 당한 듯하다. 창공 위에 떠서 싸우는 독수리 같다. 무얼 위해 동료끼리 저렇게 잔인하게 싸울까. 살아있는 것들이란 과연 서로에게 위해를 가하기만 할까? 그래서 세계는 이렇게 전쟁의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지.

대부분 두 종류의 닭들을 가지고 있다. <타이 닭>은 벼슬이 크고 머리 양쪽에 귀 같은 것이 붙어 있으며 부리가 강하고, <미얀마 닭>은 벼슬이 작고 귀 같은 것이 없으며, 양 다리가 강하다고 한다. <희야>의 집에는 아예 경기할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 놓았다.

마음씨 좋아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친구들 먹이기 좋아하는 32세의 희야. 집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땅바닥 위에 평상하나 놓고 그 위를 베니어판으로 막아, 때에 절인 모기장에서 두 아이들과 함께 잔다. 장작불이 타고 있는 한 쪽 구석은 부엌이다. 좁은 마당에 우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닭싸움을 즐기는 그, 우리는 뜻 없는 한숨을 내쉬다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연말연시 대문 앞이나 차에 부치는 부적


연말연시, 몽족들은 사립문과 차 앞에 하얀 부적을 부친다. 만지면 부정이 타서 안 된다고 한다. 동그란 걸로 금방 찍어내며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들어 쓴다. 집집마다 돼지를 잡아 긴 새해를 보내며 종일 마을사람들과 함께 모여 놀고 마시는 몽족. 고단했던 일 년의 회포를 풀고, 또 다시 다가올 새로운 날을 준비한다.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노을이 찾아오고 내일이면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오랜 시간 보지 못한 고국의 안부가 궁금하다."


미리 짝이라도 정해졌는지, 마을 축제에 십대 커플들이 같이 앉아 즐긴다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날 가고 달 가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 속에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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