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담소
작년, 한국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을 할 때였다. 지리산에서 우연히 스님 차를 얻어 타게 되었고 스님께서 수련하시는 절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쫄쫄 굶은 우리는 맛난 점심을 얻어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출가 전엔 여행을 즐겨하시던 여행가라고 하셨다.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며 여행하셨고 한국에 돌아와 출가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저런 속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스님은 속세에 있을 적 여행하던 생각이나 차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어쩌다 스님이 되었냐는 나의 질문에 한 숨을 고르시더니 처음에 출가하게 되었을 때는 이기적인 마음이셨다고 한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들에 엮이고 이해관계들이 너무나 지치고 힘드셨단다. 그 이해관계들을 다 끊고 평온하게 지내기 위해 스님이 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수련을 하며 덕을 쌓고 계신다고 하셨다. 원래 스님께서 수련하고 계시는 절에는 외부인이 출입금지이지만 우리를 차 태워주신 그날은 스님의 "머리 깎는 날"이어서 목욕재계하고 다른 절에 가 인사드리고 점심을 함께 하시거나 하는 조금은 휴일 같은 날이라고 하셨다. 오픈되지 않은 절을 방문 하게 된 것이었다. 꼭 옛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의 집처럼 문 앞에 평상에 앉아 눈을 감으면 새소리가 들리고 고요한 정적의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너무나 평화로운 곳이었다. 앞뜰에는 텃밭이 있어서 스님께서 직접 가꾸신 채소들을 맛볼 수 있었다.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곤 스님의 목탁소리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뚝딱 하곤 해치웠다.
나의 이야기를 평온하게 들어주는 스님의 목소리와 눈빛에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약 3년 만에 들어온 한국에서 주변 사람들의 바쁨, 속도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이 갑자기 닥쳐오며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타인의 스트레스가 내게 전해져 온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꼭꼭 숨어있던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드러나야 할 때 드러난 것이라고 하셨다. 사실 여행을 하면 그 어떤 이해관계를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을 하며 나의 본모습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때때론 모순적이고 때때론 멋있기도 하고 때때론 못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나의 모습을 직면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든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들어가며 다시 이해관계들에 얽매여 타인의 시선들에 몸살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진솔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게 그랬다. 한국사회에 들어왔으면 한국사회에 맞게 살아가라고.) 사실 다시 아프리카로 왔지만 결국 한국인과 함께 근무하는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또 한 곳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못난 모습도 좋은 모습도 솔직하게 다 보이고 싶은데 스스로가 다시 어떠한 틀에 가두어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게 되었다. 그 낯선 행동에 대해 스스로에게도 또다시 스트레스를 주고 너무 많은 입장들을 고려해야 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정말 망나니처럼 세상을 떠돌았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눈 대화는 우리가 육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었다. 스님 말에 의하면 동물들이 죽어가는 순간 온갖 힘을 다하여 증오의 마음들을 내뱉게 되고 그 증오와 악을 쓴 육고기들을 우리가 먹게 되는 것이라 하셨다. 육신은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숨 쉬는 것에 따라 건강이 좌지우지되고 영혼까지 달라진다고 하셨다. 항상 좋은 것만 듣고 건강하고 맛있는 것, 좋은 것, 맑은 기운을 가진 것들만 먹으면 육신과 영혼이 맑아진다고 하셨다. 사실 개인적인 이유로 붉은 고기들을 먹지 않고 있는데 먹지 않는 것보다 힘든 것은 우리 사회에 깊이 들어와 있는 육고기 문화로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좁혀지게 되나 보다) 특히 우리 회사의 경우엔 한 달에 식비를 각출하여 그걸로 다 같이 점심을 준비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붉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도 힘들고 회사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가득 가지고 있다.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와 스님의 말에 육고기를 단식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론에 공감하는 바이다.
그리곤 그녀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다 아는 듯 세상을 떠돌며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했다. 사실 여전히도 고민 중이고 여전히도 방황 중이다. 하지만 이방 황이 암담하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세상에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가치 있는 일들을 쫓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들을 살찌우고 싶은 마음이다. 내게 있어서 물질적인 것은 결코 살아야 할 이유들에 충족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와 싸워나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지만 때때로 만나는 스님과 같은 사람들은 내게 많은 동기부여와 함께 응원이 된다.
사실 너무나 방황하고 있는 여행자의 사무소 근무 기는 세상 갑갑하지만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며 이 글은 나를 위한 위로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