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일드멜론 Sep 17. 2018

500일 후에 우리.. 만날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쓰기

아가야, 널 만날 날이 올까?

아직 엄마랑 아빠는 확신이 없단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도 하고 말이야.


두려운가 봐.

모두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까지도 누군가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적이 없던 내게 '나보다 더 사랑해야할 존재'가 생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봐.  

자기 몸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엄마, 아빠가 새로운 생명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합리적인 판단 하'에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네가 뱃속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어차피 '사람의 영역'이 아닌데 이런 생각 자체도 교만한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전에 우리 마음 속에 확신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나봐.


'합리적인 판단'하에 '합리적인 시기'에 했던 아빠와의 결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것처럼

너와의 만남도 그럴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단다.

시간이 많이 지나, 너를 세상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느끼는 그 시기에 지금의 이런 마음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느껴질까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찌 생각하면 결혼보다도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이야 다 큰 어른들끼리 하는 거고, 정말..싫으면 헤어질 수도 있잖아.

하지만 출산은 돌이킬 수가 없을 테니 말이야. 너를 배안으로 넣을 수도 없잖니..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매일 밤 기도를 한단다.
우리의 마음 속에 확신이 생기기를.
몸과 마음이 잘 준비되기를.
그래서 지금 느끼는 두려움과 망설임보다 '너를 향한 기다림과 사랑의 확신'이 더 커지는 날이 오기를.


그때가 되면

이런 못난 엄마, 아빠를 다 용서하고

말갛고 사랑스런 얼굴로 우리에게 와주렴.

바보같은 엄마, 아빠 같으니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대체 뭘 고민한거야

하고 말이야 :-)





매거진의 이전글 선배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