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오후 세 시, 애매한 시간에 눈을 뜨고 말았다. 오랜만에 자는 낮잠이었다. 어제 냉장고에 넣어 둔 피자로 대충 허기를 때우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오후의 도시는 분주했고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새벽의 도시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안갯속에 숨어 있던 강의 본 모습을 보았고 한가로이 강가를 거닐며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백조와 함께 간신을 나눠 먹는 사람, 낯선 이로부터 엄마를 지키고 있는 아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에는 다리 위에 올라가 강가를 내려다보았고 제법 길어진 그림자가 주인보다 빨리 걷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기분 좋은 구두 소리. 그 소리에 얼른 반대편으로 넘어가 노을빛과 함께 지나가는 그녀를 추억 속에 가두었다. 그런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하던 늦은 오후. 어느덧 밤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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