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공 Aug 14. 2023

EP 04: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

[여행과 포스트카드: 유럽]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여행과 포스트카드: 유럽] EP 04: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유럽 도시의 한 장면을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흥미로운 시대에 살기를)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오고도 꽤 오랜시간 이 문구가 마음에 남았다. 2019년의 베니스. 시대는 혼란스럽지만 여전히 우리는 참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벌써 4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우습게도 2019년은 팬데믹이 베니스를 초토화 시킬 것을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정세는 언제나처럼 불안정했다. 폭염과 산불은 꾸준하게 기후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각성하지 못했다. 난민, 빈곤, 차별, 전쟁과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주목은 늘 그렇듯 찰나였고, 빠르게 발전하는 AI, 로봇과 같은 테크놀로지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 때쯤 비트코인을 샀어야 하는건데.


 2019년의 7월, 무더운 여름의 주말이었다. 영국을 놀러온 친구와 잠깐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논문을 쓰는 중이었기 때문에, 비엔날레에서 논문의 도움이 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좋은 핑계거리도 있었다. 두 번째 비엔날레였는데 2015년에는 베니스 여행을 위해 갔는데 우연찮게 비엔날레 기간이었다면 이번엔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서 베니스를 갔음으로 목표가 달랐다.

 왜 비엔날레를 가는가? 나는 정기적으로 프리즈 아트페어나 비엔날레와 같은 현대 미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즐겨한다. 하나는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동시대 미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함이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아트나 설치가 많아질 때도 있고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을 때도 있고 다큐멘터리처럼 시대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 주를 이룰때도 있다. 예술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예술은 그 자체로 좋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일상에 매몰되어 있던 나의 뇌를 조금이나마 깨워주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우연하게 만나거나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언젠가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작품들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 그렇게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비엔날레 기간에는 온 도시가 예술 작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설치작품들과 그 작품을 보러 기꺼이 이 도시로의 여정을 택한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에 동화되는 것이 꽤 좋다. 미로같은 도시를 걸어다니며 구석구석 작품을 찾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렇게나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 만난 작품들이 의외의 기쁨을 주기도 한다. 

  2019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Sun & Sea (Marina)> 이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의 작품. 심지어 이 곳은 찾아가기도 어려웠던 기억이난다. 미술전시장이 인공해변이되고, 모래사장에서 배우들은 휴양객을 연기한다. 중간 중간 오페라 음악이 흘러나오며 배우들은 환경에 대한 음악을 부르기도 하는데, 관객들은 이 모습을 2층에서 내려다 보게 된다. "미래에도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행복을 꿈꿀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자 경고이다. 매우 독창적이고 신선하고 유쾌한. 2023년 이 작품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당장 우리의 바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있고, 바다는 점점 뜨거워져 태풍은 오랜시간 머무르고, 하와이에는 여의도 3배 만큼의 면적이 타들어갔다. 현실세계에서 우리의 일상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 신선한 해산물과 비스큐 파스타. 매일 먹는 젤라또에 금방 행복해진다. 태양은 참을 수 없이 뜨겁지만 그래도 좋아. 야경을 즐기며 베니스의 상징과도 같은 곤돌라와 살짝 일렁이는 바다를 보며 또 그 때의 고민을 나눴던 공기도 생각난다. 

작가의 이전글 EP 03: 자킨토스, 자퀸토스, 그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