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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23. 2016

피크닉, 피크닉. 나는 소풍이 좋아요 #1

맛있는 게 너무 많아요!! St. Jacobs Farmers Market

내가 요즘 20대 애 치고 여행에 큰 미련이 없게 된 데에는 사람 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마인드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남동생의 표현을 빌리면 '생기다 만' 몸뚱이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장기 여행을 하 코피가 안 나는 날이 없었고 지금도 조금만 타이트한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집에 와서 앓아눕는다.


리딩 위크 여행 끝나고 내 상태가 정확히 이랬다. 감기 몸살은 기본, 아토피, 눈 떨림, 빈혈 등등 평상시에 달고 사는 모든 증상들이 심각해져서 과제고 뭐고 내팽개치고 약 먹고 자는 게 일상이었다. (사실 올랜도를 다녀온 지금도 매일 밤 타일레놀을 먹고 잠든다. 아무래도 내 인생의 동반자는 타일레놀인 것 같다.) 주말여행으로 오타와에 다시 가서 스케이트를 타려던 내 계획은 깔끔히 무산되었다.


기숙사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다음 여행을 떠나곤 했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요양이 좀 필요했고 그런 중에 콧바람을 쐴 수 있었던 선택지가 소풍이었다. 날이 좋을 때면 혼자서 근처 공원도 자주 나갔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소풍은 더더욱 즐거운 것!


워털루는 조용한 소도시다. 여기서 거의 유일하게 손꼽히는 tourist attraction이 st.jacobs farmers market이다. 그냥 재래시장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 땅덩이가 큰 나라답게 규모가 엄청나다. Barn 같은 디자인의 목조 건물이 여러 채 흩어져 있는데, 겨울이라서 건물 안 위주로 장사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여름에는 그 넓은 부지 전체에서 상거래가 일어난다고 한다.


시장 입구의 작은 건물은 퀼트 용품 전문점이었는데, 디자인도 다양하고 천도 여러 사이즈로 팔아서 인형 만드는 재료를 겟할 수 있었다. 본 건물은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너무나도 행복한 장소였는데, 각종 잼을 시식할 수 있게 해 놓아서 시식만으로 배가 부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딸기인데 이놈의 나라 딸기는 죄다 맛이 없어서 슬퍼하고 있던 중에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새빨간 딸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중간쯤에서 사 먹은 컵 케이크는 달달하니 맛있었고, 워털루가 독일계 도시라서 그런지 그쪽 느낌 나는 전통 의상을 입고 먹을 걸 파는 아줌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위 층은 공예품 위주로 팔고 있었는데, 아가들 용품 전문점에서 파는 인형은 보들보들하니 너무 귀여워서 납치해가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목공예품점에서는 캐나다 지도에 구멍을 뚫어 맥주병 뚜껑을 수집할 수 있는 판을 팔고 있었는데, 옆에서 언니가 채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사갈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바람에 모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와중에 나는 옆에서 하트 모양 상자에 겉에는 Will you.. 안에는 Marry me?라고 쓰여있는 걸 발견하고 나 나중에 여기다가 반지 넣어서 프러포즈받고 싶어!라고 꺄아꺄아거리기도 했다. (이러고 한 달 뒤에 뉴욕 가서는 모네 낟가리 연작 매일 보여주는 사람이랑 결혼할 거라고 결심했다가 얼마 전에 올랜도 가서는 매직킹덤 night time spectacular 보면서 청혼하는 남자랑 결혼할 거야ㅠㅠㅠㅠ이러고 있다. 진아야 정신 차려.)


피자, 타코, 그리고 햄버거로 이루어진 점심은 같이 간 언니의 표현에 따르면 하나하나 크고 아름다웠다. 맛도 캐나다 와서 먹은 피자, 타코, 햄버거 중에 제일 맛있었어서 밥 먹으러 또 와야지하고 낼모레 귀국인데 그 담에 한 번도 다시 못 갔다.


뒤에 있는 건물들에서도 딱 봐도 집에서 구운 티가 팍팍 나는 쿠키부터 시작해서 액세서리 만드는 원석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아 생각난 김에 내일 여기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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