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비대한 적이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소파에 편하게 누워서 남자만의 뇌를 쉬게 하는 방식으로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때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말했다.
"빨래 다 됐나 봐요 빨래 좀 널어줘요"
이제야 편하게 쉬고 있던 나는 아내의 부탁이 귀찮았다. 더군다나 통돌이 세탁기가 깊기도 하고 발판과 집게를 항시 세탁기옆에 두어서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나의 짧은 다리와 불룩한 배는 바닥에 있는 빨래까지 꺼내기에는 여간 힘들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좀 있다 하면 안 되나?" 그러자 아내는 "그거 쫌 도와주면 안 돼?"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슬렁거리며 세탁실에서 겨우 축 쳐진 빨래를 가지고 나와 거실에 빨랫대를 펼치고 하나둘 널기 시작했을 때 6살 아들 녀석이 빨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널을 거야" 아들은 작은 의자를 가지고 와서는 열심히 널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걸쳐있는 빨래보다 떨어지는 게 더 많았다. 보다 못한 내가 말했다.
"이리 나와, 아빠가 얼른 널게"
나는 잽싸게 빨래를 널었고 사건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아들 입이 씰룩거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빠 미워"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만 하고"
아내는 빨래 하나 널어달랬더니 애나 울리고 잘한다며 핀잔을 주었고 나는 더욱 짜증이 나서 아들에게 말했다. "야, 너 때문에 엄마한테 아빠 혼나잖아"
아들은 다시 더 큰소리로 울며 말했다.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만 하고"
억울한 마음에 내가 말했다.
"무슨 아빠 마음대로 해, 네가 널면 다 떨어지니까 아빠가 널은 거지"
이때 아들이 던진 한마디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고 가슴이 먹먹했다.
"아빠는 왜 아빠 마음대로 해?"
"아빠 마음만 있어? 내 마음도 있지?"
나는 아들을 꼭 안아주었다.
그렇구나 네 마음이 있었구나, 아빠가 생각을 못했네. 어른에게만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고 6살 꼬마에게도 마음이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좋고 마음을 알아주면 통하고 마음을 알아주면 다툴 일도 서운할 일도 없고 불편한 관계도 금세 편안한 관계가 된다.
알아주면 통한다. 그래서 나의 필명이 알통스피치가 되었다. 내 마음이 있듯 상대의 마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