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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직원XIII Jul 03. 2023

[Page 2] 이것저것 다 건드린 요즘 취미 A

Daily

옛날에는 혼자 뭘 하는 걸 견디지를 못했다.

사실 지금도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중.

혼자서도 잘 논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는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인데. ‘같이’ 노는 게 제일 좋은 지독한 MBTI E 뽀로로랄까.

홀로 취미 생활을 하면 금방 지루해했는데 뭘 하면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긴 취미 A는 얼레벌레 식집사.




원래도 나이 들면 꼭 집 안에 홈바랑 플랜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인간이었으니까

요즘 식물 키우기에 취미를 들인 것도 갑자기 헛바람 분 건 아니다.

나는 그냥 원래도 초록초록을 좋아했고 하늘하늘이 좋았고 그냥 싱그러운 것들을 귀여워라 한다.

모든 자라나는 것들에서 희망을 보고 행복을 찾는 편이라고 하면 좀 거창해 보이려나.


근데 누가 그랬는데… 옥상에 식물 키우는 집에 바선생이 그렇게 들끓는다고.

  

왼쪽부터 (1)230512 사온 날 (2)쪼로록 당일 (3) 230604 뉴비 두 개

봄부터 드릉드릉하던 버킷 리스트를 5월에 이룬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뒀었다.

집에 남아도는 화분들이 꽤 있는데 거기에 뭔가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벼르고 있었다.

나는 되게 진부하게도 기념일이나 계절성을 뚜렷하게 즐기는 편인데

봄은 봄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가을은 가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사계절을 완전히 느끼고 싶어 한다.

봄에는 벚꽃을 보고 여름엔 빙수와 수박을 먹고 가을엔 단풍을 보고 겨울엔 붕어빵을 먹어야 하는 사람.

어쩌면 중년이 되어서 봄에 진달래 암술수술 다 보이게 왕 크게 찍어서 프로필 사진 바꿀지도.

그리고 때 맞춰서 지역 축제 다니고 싶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액티브한 중년을 보내려면 건강 관리가 필수라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




아무튼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농협 앞에서 4~5월에 모종이랑 식물을 심어준다길래 길을 나섰었다.

저 중에 가장 예뻤던 보라색 꽃이 있던 친구는 우리 집 파워 햇살에 타버려서 순식간에 돌아가셨다.

부모님 손에서 무지막지하게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의 한 꼭지 잎도 수경 재배로 옮겨보려다가 실패.


그래서 6월에 새로 아악무와 콩란을 데려왔다.

아악무가 그렇게 개복치라고 식집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가 보더라. 미니 벚꽃 나무처럼 생겨서 예쁜데...

고운 친구를 금방 잃기 싫어서 키우는 데에 공을 들였다.


여기서의 나의 노력은 관심을 적당히 주는 걸 말한다.

나는 과습 빌런이기 때문에 사랑을 퍼주다 말라 죽인다(?)

매일 그것만 들여다보니까 또 주고 싶고 더 주고 싶고...

사랑한다면 잠시 내 사랑을 소화시킬 수 있게 그들만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법도 여기서 배우고 있다.


230626 심어서 (1) 0630 싹이 올라왔는데 (2) 0702 뽀송뽀송

맨날 모종만 사다가 이번엔 다이소표 바질 씨앗을 심어봤다.

나름 소소하게 새로운 도전을 해본 건데 대학 친구 C가 씨앗을 사면서 반절을 나누어 줘서 가능했다.

친구는 애인이 준 바질 화분 키우기에 실패해서 다시 심어보려고 한다던데.

누군가의 선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귀엽고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좀 적당히 심을 걸 귀찮아서 우르르 씨앗을 쏟아부었더니 아주 뾱뾱뾱 올라오는 새싹 양이 장난이 아니다.

저걸 다 수확할 수 있다면 샐러드나 파스타에 쓸 수 있으려나 자꾸 기대가 된다.

전에 로즈메리 키우던 것도 다 훈연해서 진토닉에 넣어먹어서… 앙상해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근데 녀석들 좀 기특한 것 같다. 야무지게 살아내고 있잖아!


왼쪽부터 위에서부터 바질/아악무/콩란/을녀심/아마도…세덤

일단 이 친구들이 요즘 나의 취미를 담당해 주고 있다.

을녀심도 더 큰 화분에 심어줘야 할 것 같고… 콩란은 머리카락이 더 길면 행잉 화분으로 걸어볼까 싶다.

이름 모를 저 세덤 친구는 너무 쑥쑥 자라고 있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공부 잘하는 야물딱진 초등학생처럼 1+1 가르쳐줬더니 2+2도 바로 할 줄 아는 애 같아서 기특해죽겠다.

근데 미안한데 선생님이 아직 다음 진도까지 준비를 안 했으니까…

적당히 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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