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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직원XIII Jul 05. 2023

[Page 3] 이것저것 다 건드린 요즘 취미 B

Daily

필라테스만 N년, 근데 당최 늘지는 않은 사람?

네 바로 접니다.


나의 20대 운동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데 대체로 매우 정적인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질려서 약간 쉬었다가 다시 ‘이만한 게 없다’, ‘뭐라도 움직여야지’로 반복한 운동 등록.

요약하자면 대충 만만한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요가로 시작해서 단체 필라테스로 넘어간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생 때는 제법 날씬하고 유연해서 낮에 오는 고수 아주머니들과 함께 요가복을 뽐낼 수 있었는데…

사기업을 다니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행복한 동글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그동안 살이 찌고 다닌 필라테스는 다이어트나 운동 개념보다는 재활 치료에 가까웠다.

‘척추 측만증에 거북목과 하체 비만까지 온갖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의 모습’

바로 그 자체인 나에게는 사실상 생존 스트레칭 같은 느낌으로 견뎠다.

하지만 약간의 번아웃까지 와버린 상태에서 운동까지 침착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제 필라테스를 좀 쉬어야겠다는 결심은 기구에서 떨어진 그날부터였다.




처음 등록할 때는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 주 2회 필라테스를 등록해 놨었는데

사무실 출근이 많아지고 야근도 자주 하는 바람에 항상 수업에 헐레벌떡 뛰어서 갔다.

그러다 보니 업무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로 운동을 급하게 시작했고

매번 필라테스는 하면서 ‘운동 6 : 일 4’인 상태로 몸을 썼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레스가 좀 심하던 때였는데 계속 내일 진행 발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리포머에서 우당탕 힘 조절을 잘못해서 휙 하고 몸이 기구에 끌렸다.

“어머! 회원님! 괜찮으세요!?!?”

강사님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세상 민망한 자세로 넘어졌다.

쪽팔리기도 쪽팔렸지만 정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순간이라 아찔했다.


아무튼 여차저차 인생 역대급 몸무게를 찍고 이제 그만 동글동글 행복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먹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살 빼느라 불행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필라테스 사고(?) 이후로 운동에 좀 더 집중하려면 액티브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운동을 시작해 볼까 한다는 말에 주변에서 이런저런 운동을 추천해 줬다.


1) PT: 아부지 픽. 제대로 배워야 살이 빠진다는 주의. 그러나 고액에 노잼.

2) 크로스핏: 회사 사람 픽. 여기서 그렇게 애인이 생긴다며. 다만 비싸고 그 정도 인싸는 아님.

3) 스피닝: 대학 친구 D 픽. 본인이 이걸로 군대 가기 전에 엄청 효과 봤다고. 근데 집 근처에 없음.

4) 클라이밍: 고등학교 친구 K 픽. 손에 굳은살 생기면 멋지다고 함. 근데 나 상하체 불균형이라 좀…

5) 주짓수: 동네에 가까이 있음. 호신용으로 좋을 것 같았는데 너무 살을 맞닿아야 해서 약간 부담스러움.

6) 펜싱: 그냥 귀족 된 것 같고 멋있음. 비쌈. 여름에 옷 입고 더워서 기절.




오 이 정도면 그냥 하지 마라… 소리가  절로 나올 때 집 근처 건물 지하에 방송 댄스 학원 발견.

토요일 오전에 1회 가는 것뿐이었지만 후기부터 말하자면 정말 정말 재미있다!

70분 동안 오로지 음악과 몸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동작이 과한 것도 아니고 직장인 취미 초급반이라 상당히 쉬운 동작들인데도

운동이 끝나고 거울을 보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노래는 선생님이 가장 요즘 핫한 아이돌 노래로 골라주신다.

10회 동안 하나의 노래를 끝내는 건데 되게 수강 기간이 길다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초짜에게는 아주아주 벅찬 기간이다.

지금 4회 배웠는데 여전히 뚝딱이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회차가 지날수록 좋아지는 게 보인다.

디테일도 배울 수 있고 수업 앞뒤로 스트레칭과 댄스 기본기도 조금씩 가르쳐 주시고

딱! 내가 원했던 취미형 운동이다.


요즘 배우고 있는 곡

원래 아이브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배우기 더 좋다.

평소에 많이 들었던 노래면 금방 음악에 질릴 수 있는데, 이 노래는 그렇지 않았다.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 가기 때문에 솔직히 동작을 잘 잊어버린다.

동선도 없고 진도를 많이 나가는 게 아닌데도 이렇게나 힘들다니.

그래도 유독 잘하시는 분이나 심각하게 못하시는 분이 없이 레벨이 맞아서 좋다.

다들 열심히 하되 적당히 열정적인 직장인반이라 서로 민망하지 않은 수준.

토요일 오전이라 어색하게 서로 인사는 하는데 딱히 회식이나 친목도 없어서 편하다.


선생님은 늘 숙제로 복습해오라는 걸 늘 강조하신다.

아이솔레이션이라는 거 말만 들었지 직접 해보기는 또 처음인데 목이 내 맘대로 안 움직여서 당황스럽다.

나는 아직 배운 팔동작도 유튜브 보면서 상기시켜야 얼떨떨하게 따라간다.

그래도 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범죄 - 재즈 플레이 리스트- 아이브 안무 - 먹방’으로 지배되었다.


알고리즘은… 다음 취미 C의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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