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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시 감별사 Oct 29. 2022

안동 주변 도시는 더 좋아 1)  

3-5 안동 예천과 영덕, 청송에 대한 예찬 

사실 안동도 좋지만 안동 주변 도시들은 더욱 좋다. 예천, 봉화, 청송, 영덕, 문경 등은 갈 때마다 최애 여행지가 바뀔 정도로 좋다. 돌아가면서 한 소도시 당 최소 일주일씩은 머물고 싶다. 왜 좋은 지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사심이 잔뜩 들어가 설명이 좀 긴데 그래도 함 들어봐주시길.   

   


농촌 도시의 반란 예천군 

드디어 경북 북부 지자체에서 일이 하나 생겼다. 올 봄 회사소개서를 정비하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결과물을 경북의 23개 지자체에 DM을 발송했는데 그 중 한 곳인 예천군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예천군의 관광명소를 엮어 하루 돌아볼 코스를 만들고 소개하는 리플릿을 제작하게 되었다.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경북 북부의 지자체에서 처음 주문이 들어온 만큼 신이 나서 예천군을 방문했다.  

 

예천군과 회사가 갖고 있는 자료 외의 것을 취재해야 해서 널리 알려진 명소를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꼼꼼히 돌아본 예천군의 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예천군이 꼽는 관광명소들이 생각보다 형편없지 않았다. 지자체 정부에는 죄송한 얘기지만 지방을 둘러보다 보면 그들이 꼽는 주요 명소에 정작 가보면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경우도 많고 지역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역할을 하는 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원래 있었다는 명소(사실 그런 명소는 관리상태를 막론하고는 웬만하면 어떻게든 그 명소의 지역적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보다는 무슨 무슨 지역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에서 실망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천에서 예천박물관이 너무 인상 깊었다. 시간이 없어 예천박물관은 꼼꼼히 둘러보진 못했지만 작은 지자체의 박물관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시설과 전시큐레이션을 보여주었다. 박물관 입구 바닥 분수를 설치해 동네 꼬마들 시선부터 사로 잡더니 박물관 내 카페도 만들어 젊은 여성들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바닥분수 옆에는 돗자리를 펼 수 있게 햇볕 가리개 설치도 잊지 않고 해두었다. 분수대 옆으로는 공용화장실도 두었다. 바닥분수 운영시간도 이른 아침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박물관이 운영되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게 운영된다. 너른 잔디밭에선 놀 수 있도록 각종 놀이용품도 박물관에서 대여해준다. 축구공, 배구공, 캐치볼, 훌라후프 등 다양하다. 지역 주민들의 이용을 고려한 눈높이가 너무 인상적이다. 꽤 시설을 잘 갖춘 박물관 내 어린이체험실도 종일 운영 중이다. 가족놀이 명소로 딱 좋다(지자체 관광 명소 중에는 지역주민들의 이용조차 고려하지 않은 시설도 많다). 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한 지자체 촌동네에서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전시장 안은 좀 더 감동적이다. 예천이란 고장의 변천 발전사를 적절한 실물 볼거리와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예천의 지리, 인물, 문화와 예술 등을 주제로 큐레이션을 고급스럽게 해두었다. 눈으로 직접 관련 유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이 인상깊다. 대부분의 지역박물관들이 벽에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수많은 글자와 그림으로만 나열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박물관에서도 박물관에서 꼭 보아야할 10가지 유물을 정리해두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전시도 적절한 기간을 두고 예천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차게 기획하는 것 같았다. 지역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한 지 그날 숙소로 예약했던 남악종택의 주인 어르신은 예천박물관의 다음 기획 전시로 남악종택이 갖고 있는 기록유산들이 오를 예정이라며 무척 자랑하셨다. 


DM을 보내면서 예천군 관광과 조직도를 살펴보았는데 예천박물관 전담 직원이 있었던 것이 의아했는데 왜 전담을 두었는지 이해가 갔다. 지역 박물관도 노력하면 무척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예천박물관 덕분에 예천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예천군은 안동 서쪽에 위치한 전형적인 기초단위 지자체이다. 수도권에서 2시간대에 이동 가능할 정도로 가깝지만 특별한 명소 등이 부족해 지나치는 도시로 인식되어 왔다. 첫 방문은 2014년이었고 회룡포, 삼강문화단지, 금당실전통마을 등 좀 더 알려진 곳들을 둘러보았는데 기대이상 특색 있고 관광명소가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상업적인 관광지와는 달리 이방인들에게 친절했다. 삼강주막 앞에서 혼자 사진 찍으며 취재하는 내가 신기했던 지 할머니 몇 분이서 살갑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너무 순박하셔서 재미있었다. 


이번 방문에서도 숙소로 이용했던 남악종택에서 어르신께서 무언가 하나라도 더 설명해주려고 집안 이곳저곳을 보여주시며 종택의 역사를 설명하셨는데 집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연세가 꽤 있으신 주인장께서 깔끔하게 전통 한옥 숙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것도 인상 깊었다. 로컬 콘텐츠가 무슨 유행어처럼 사용되는데 진정한 로컬 콘텐츠의 실체를 예천에서 확인하게 된 것 같았다. 이렇게 기획단계에서 기획자가 신이 나면 당연히 결과물도 잘 나온다. 


SNS에는 20대 젊은 친구들 중심으로 ‘촌캉스’가 새로운 여행 키워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대로 ‘촌과 바캉스’를 합친 용어다. 시골집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친구들에게 오히려 손 때묻은 시골주택들이 그대로 여행지가 되고 있다. 예천은 ‘촌캉스’ 여행지로는 제격이다. 어르신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에서 너무 요란스럽게 놀지만 않는다면 촌체험으로 이만한 곳이 없을 거 같다.      


  

숨은 자원 가득한 청송과 영덕 

안동의 동쪽으로는 청송과 영덕이 있다.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던 곳이었는데 근래 당진영덕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조금 가까워졌다. 

청송 또한 근래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청송의 주왕산은 등산매니아들에게는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산 중 하나이다. 큰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주왕산은 기이한 산세만큼 포토제닉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오지 중의 오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2017년 주왕산을 포함한 청송의 24개 지질명소가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주왕산의 영험한 풍경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오지중의 오지같은 이미지였으면 2017년 중에는 경북의 기초 지자체 중에선 가장 활발하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2-3년에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달라진 모습을 느낀다. 연령대 별로 체험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고 숙소나 회의장 등의 인프라도 늘었다. 다만 좀 더 청송다운 환대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나 내용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오히려 주왕산이 주는 혜택 때문인지 알려진 관광지는 많이 상업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송 어디든 아름답고 멋진 풍광과 예부터 피부병까지 고쳤다는 청송의 약수와 온천은 아쉬운 점을 상쇄시킬만큼 매력적이다. 


영덕은 경북의 지자체 중 가장 뒤늦게 방문한 곳이다. 1년 전 처음 영덕을 작정하고 방문해봤다. 일 때문에 두 세 번 방문하며 한번 갈 때마다 며칠 머무르곤 했는데 더운 아름다운 동해안 풍경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미 강원도와 경북의 다른 동해안은 번잡할 대로 번잡하다. 그러나 영덕은 대게철을 제외하곤 조용하다. 그만큼 오염이 덜 되었다. 바다와 해변을 배경으로 옹기종기 들어선 해안마을도 너무 예쁘다. 무엇보다 그 마을들을 이어 해안 도보 트레일이 잘 만들어둔 것이 매력적이다. 며칠 머물며 바닷길만 걸어도 좋을 거 같다. 


조용한 영덕의 작은 마을에 지난해 도시 청년들이 찾아와 도시재생을 꿈꾸고 있다. 10여명의 청년들이 영해면 구시가지에 뚜벅이마을을 만들어 청년들이 좀 더 찾을 수 있는 트레일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행자부와 지자체의 도움으로 마을의 비어있는 건물을 이용해 게스트하우스와 김밥집을 오픈했다. 고령화에 이어 공동화 문제가 영덕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청년들의 활동이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다만 이들이 정해진 지원기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자생하며 조용한 어촌에 활력을 불러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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