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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Nov 19. 2020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마세요.

결혼을 하고부터 막연하게 '언젠가는 아이를 갖겠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언제라 하면 아이가 생김으로서 달라지는 변화와 인내, 희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완벽한 준비는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갖는다라는 생각이 미칠 때  자주 생각했던 것은 '어떤 부모가 되어줄까. 아이와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는 것이 현명할까.'라는 지점이었다.


내 부모에게서 참 감사하고 행복했던 부분들

내 부모지만 조금은 아쉽고 서운했던 부분들을 떠올리며

어떤 기질의 아이가 나올지, 기질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본격화된 것은 임신을 하고나서부터 이다.


너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어떻게 함께 지내면 좋을까 등등

가끔 대답 없는 질문이지만 대화를 하듯 배를 향해 묻곤 한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치중한 것은 순전히 나만의 방식이다.


본격적으로 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좀 더 분야를 확장해서 이것저것 책도 읽어보려 하고, 주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래의 것들


분만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기 침대는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까

모유수유는 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까지 할 것인가.

분리 수면은 할 거이나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언제부터 할 것인가. 


그리고 육아맘들과의 대화는 어쩔 수 없이 출산, 육아의 주제로 이어진다. 

그들에게 1만 5천3백 번 정도 들은 몇 가지 공통 멘트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 지금을 즐겨라.'

-> 육아 중이시면 임신도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임신 중 일 때는 임신이 제일 힘들었잖아요.

토하면서, 출퇴근길 대중교통 서서, 허리 빠개져가며 다들 힘들게 힘들게 10개월 버텼잖아요.

그럼 그냥 힘들지?라고 한 마디 해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자기 기준으로 세상이 돌아가니 남의 힘듦을 돌봐줄 여력이 없는 것 같다. 


'그게 네 맘대로 될 것 같아? 낳고 얘기해.'

-> 맞다. 안 해봐서 모른다. 

실전 경험 전무후무하고 그냥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자깁기 한 결과 나만의 방식을 막연하게 정리 중인 것뿐이다. 그렇게 해보고 안되면 나도 나중에 깨닫게 되겠지.

육아를 하면서 만든 나만의 방식을 강요하거나, 그것이 마치 정답인 양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이런 똑같은 대답에 지치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의견을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육아가 덜 힘들거나 대단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힘듦을 서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생각을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훨씬 부드럽고 서로 상처 주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어떻게 교감을 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도 조금 더 우리나라의 육아에 있어서 보편적인 방향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좋은 분유를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유모차를 태우고 

여러 가지 교육을 빠른 시기부터 시켜나가는 것도 물론 좋은 부모의 일환이겠지만

아기의 기질이 어떤지, 성향에서 개선해주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쌍방의 교류를 잘하고 있는지 등도 실질적인 육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요즘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이고, 그와 비슷하게 아이의 성격적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영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굉장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임신과 출산의 기간 동안 우리는 완벽한 피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할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과정일 뿐이라는 구절이었다.


그 구절을 읽기 며칠 전, 과자를 먹는다며 지인에게 한참이나 잔소리를 들었던 터라 ,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내 눈에 들어온 구절 일지 모르겠다.

어쨋든 나는

과자를 완벽히 참을 수는 없어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싶다.

나중에 내가 누군가의 임신, 출산, 육아 선배가 되더라도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당사자의 힘듦을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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