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 일어나는 일들
11년만의 이직,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
'선배님, 혹시 이직 준비하세요?'
뜨끔 했다. 이력서도 집에서 쓰고, 헤드헌터와 통화할 때도 사무실 밖에 나가서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그냥 찔러본 질문 일지 몰라도, 난 그때 이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직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몸 담고 있는 업계의 쇠퇴가 시작되면서, 연봉도 동결되고 이직자들이 하나 둘 생겨날 때였다.
간간히 이직 의사를 묻는 헤드헌터의 연락을 진지하게 받고, 직접 만나 상담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직 기회는 알고 지내던 헤드헌터를 통해 이루어졌다.
미리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했다. 꼭 될 것만 같았는데.
내 자리가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했지만 아쉬움은 분명히 남았다. 살짝 깎아진 자존심도.
▷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이력서를 채용정보 사이트에 등록해 놓아도 좋습니다. 헤드헌터들이 이력서를 보고 담당하고 있는 업계 쪽의 인재풀로 보유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연락을 해줍니다.
두 번째 이직 기회는 업계 후배를 통해서 찾아왔다.
내가 이직 준비를 하는지는 몰랐지만,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자리라는 연락이었다.
작지 않은 회사였는데, 운명이었는지 대체할 인력이 내부에 없는 포지션이었다.
미리 써둔 이력서를 이직할 회사에서 보내준 양식에 맞추어 다시 작성하고,
희망연봉 자리는 비워뒀다. 그쪽의 연봉 수준을 모르기 때문이다.
▷ 저는 이력서를 매년 업데이트합니다. 이직을 생각하기 전에도 1년간의 업무를 돌아보며, 이력서의 한 두 줄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 이력서는 word 나 한글파일로 작성해 두는 게 편합니다. 이직하려는 회사의 이력서 양식에 따라 간단하게 복붙 하면 됩니다.
▷ 희망연봉을 무턱대고 높여 쓸 수도 없습니다. 경력 입사의 필수 서류인 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통해 전 직장의 연봉은 다 드러납니다. 이직할 회사의 연봉 수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 측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쓰면 안 되겠죠. 그래서 저는 희망연봉을 비워둡니다.
15년 차의 경력 입사다 보니 1차 면접은 저녁 자리에서 진행되었다.
10년 만의 이직이라 정형화된 면접 자리는 어색했을 터, 식사 자리의 자연스러운 만남은 업계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부담이 없었다.
연차만큼 내공인 쌓인 직장인들이라, 성격이 어떻느니 장점이 무엇이니 하는 질문은 없다.
일과 시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들이 차례차례 계속되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나의 성격과 조직에 대한 적응이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 한 업계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 지인을 통해서든 캐주얼하게 뜻하지 않은 면접의 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몇 번 오지 않을 그런 기회를 위해서 기본적인 에티켓들을 익혀 놓는 게 좋습니다.
2차 면접은 대표 면접이었다. 일에 대한 자신감에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움을 살짝 내비친 면접은 잘 끝났다. 얼마 후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건강검진에 대한 것과 연봉에 대한 것이었다.
역시나 연봉은 이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보직수당이나 복지혜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듣고 나니 희망했던 연봉 상승분만큼의 매력이 있었다.
문제는 입사날짜였다.
재직 중인 곳에 뒤를 이어 줄 사람이 아직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직이 확정될 때까지 이직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인사팀에 퇴사를 이야기한 시기가 옮겨갈 곳의 대표 면접 합격 후 바로 였기 때문에 건강검진과 연봉 협의 등으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어쨌든 빡빡했던 일정으로 이직의 중간에 발생한 꿀 맛 같은 휴가는 1주일밖에 가질 수 없었다.
▷ 이직 확정에 대한 통보를 다니는 회사에 언제 말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가장 스트레스가 됩니다. 미리 말했다가, 이직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늦게 말하면 이직하려는 회사가 원하는 입사일을 못 맞추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 방법은 입사하려는 회사의 1차 인터뷰 등 초기에 협의를 해두는 것입니다.
▷ 전 회사에서 충분한 시간을 통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 단, 퇴직일과 새 직장의 입사일 사이가 너무 떨어지면 직장 의료보험이 해지되고 지역 의료보험으로 전환되는 등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11년 만의 이직이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직이었지만, 이런저런 사모임을 만들어서 애틋함을 달랜다.
이직의 과정도 어려웠고, 이직 후에도 정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3년 전의 이직,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종종 후배들이 이직에 대한 상담을 해온다.
한 직장에서 4~5년 이상 일한 친구들에게는 도전을 권한다.
한 곳에서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게 하는 거 같다.
11년을 한 곳에서 일했던 나도 그렇게 시야가 좁아져 있었음을 느꼈다.
헤드헌터들도 10년 넘으면 이직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었다.
▷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다 보면 너무 자주 이직을 한 경력이 보이면 제외하게 됩니다. 일이나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이직을 고민한다면, 이력서 만으로도 매력적인 동료로 만들어 보십시오. 매년 한 번씩은 꼭 업데이트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