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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간지 Apr 08. 2022

기도, 간절함에 대하여

'욕심'과 '집착'

종교가 없긴 하지만 예전에는 부모님 따라 절에 와서 부처님한테 소원을 빌 때 제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불교 신자도 아닌 사람이 참 양심이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기도를 할 때 그냥 제 마음이 항상 편안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빌어요.


어릴때는 제가 원하는 건 죽을 힘을 다해서 쟁취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원하는 걸 갖지 못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어떻게 세상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나요.

당연히 대부분의 일이 잘 안되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일이 잘 안되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감에 사람이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원하는 걸 못 얻을 때마다 저는 좌절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로워 했어요. 너무 불안하고 힘든 시간이었죠.


그런데 제 마음을 힘들게 했던건 원하는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더라고요.

결국 이 괴로움도 내 마음에서 비롯된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런 소원은 그만 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하는걸 이루게 해 달라는 소원 자체가 내 마음에 집착과 욕심이 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부처님께 소원을 빌 때 그냥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요.


뭐 결과가 안좋더라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원효대사가 동굴에서 해골 물을 마시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죠.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가 주장한 '일심사상'이 대강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원하는 걸 얻으려고 죽기살기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그래요.

이제는 무언가 도전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뭐 '잘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 안하고 그냥 해요.

했는데도 안되면 '뭐 어쩔수 없는거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나보지' 이런 생각으로요.

그렇게 조금씩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으려 노력하다 보니 전보다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쉽지는 않아요.

아마 평생 수행을 해야할 것 같아요.


집착과 욕심을 버리라는게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노력과 집착과 욕심을 갖고 하는 노력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또 집착과 욕심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아니에요. 이것들로 인해 본인 마음이 괴로운 게 문제인 거죠.

욕심과 집착이 삶의 동기가 된다고 하면 그런 마음을 갖고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는 거니까요. 자기한테 좋으면 되는거죠.


중요한건 현재에 충실하는 거라 생각해요.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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