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남은에어팟 Jun 27. 2021

4. 초등학교 입학날

Teenager

아니 사실, 내가 입학할 당시엔 국민학교 였다.


어쨋든 그날은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신 날이었다. 이전부터 들었는데 국민학교에 가는 날이었고 어떤 아저씨가 책가방도 사줬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났고 엄마가 나가자고 했다. 보통 엄마는 동생이랑 나를 같이 데리고 다녔는데 그날이 기억나는건 국민학교여서가 아니라 동생은 두고 나혼자 엄마 손을 잡고 길을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에 입학식에서 뭘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집을 나서는 내 모습만큼은 기억이 난다. 밝은 날이었고 눈이 부셨다. 집 현관문과 대문을 잘 닫고 언덕을 넘어서 학교에 한참 걸어갔다. 엄마랑 손잡고 걸어갔던 그길을 초등학교 내내 걸어 다녀야 했다. 자리에 앉으니 엄마는 복도 창문에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근데 내가 기억하는 이 장면은 언덕 높은 집에 살때의 기억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 이 기억을 첫 입학식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약간 이상하다. 

내가 국민학교 입학할 당시에 언덕 높은집으로 이사를 갔었던가..? 길가에 아파트에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유치원버스를 어디서 탔더라. 길가에서 탔는데 그렇다면 유치원 버스 타러 갈때는 어떻게 갔었지. 


아니 아니, 다시 하자. 내가 입학할 당시엔 국민학교 였다. 


그날은 우중충 해서 눈이 편안한 날이었다.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아침부터 드리워 있어서 아침인지 낮인지 구별하기 힘든 날이었다. 엄마는 동생도 데리고 나랑 함께 국민학교 방향으로 함께 걸어갔다. 그 당시 길가에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는 금방 도착했다. 엄마는 1학년 3반 교실에 나를 넣어두고는 학교 끝날때 잘 찾아오라고 말했다. 잘 찾아올 수 있지? 라는 말에 나는 끄덕 였다. 그냥 내 또래 아이들이 너무 많은 곳이라 정신이 없었다. 동생과 함께 엄마는 집으로 먼저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1학년 3번 교실에서 뭔가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창밖은 어두웠다. 오전이었을 텐데 어두운 하늘이 더 움츠러 들게끔 했다. 


담임선생님은 엄마보다도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보이는 할머니 선생님이었다. 


둘중 어떤게 맞는 기억일까.



#썸네일

한강 지하철

작가의 이전글 3. 피아노를 못 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