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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Jul 31. 2021

7. 남산, 기념품 가게

Under 8

우리 어릴 적엔 남산타워라는 곳이 있었다. 서울N타워라느니 뭐라느니 이름이 바뀌어 왔지만, 어쨋든 우리 한테는 여전히 남산타워인 그 곳 말이다. 


서울 풍경이 남아야 하는데 기억에 남는건 기념품 가게였다. 


남산타워가 들어간 동그란 쇳덩어리를 목걸이로 만들어서 팔고 있었고 한편에는 플라스틱 칼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단호하게 그 둘중 하나만을 사주겠노라 했다. 평소 애지간한 것들은 사주지 않는 엄마의 확고한 신념에도 남산에서만큼은 하나쯤 사줘도 될거라고 생각하셨던 듯 싶다. 


여기서 나는 플라스틱 칼보다는 동그란 남산이 그려진 목걸이를 선택했다. 그리고 동생은 플라스틱 칼을 선택했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둘중에 선택을 고민했던게 기억하는걸 보면 거의 일생일대의 고민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시작된 것 같다. 그 뒤로 나와 동생은 항상 선택을 강요 받았고 내가 선택한 것과 동생이 선택한 것은 결국에 동생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것 저것 따지지만 동생은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것에 바로 손을 뻗는 편이었다. 


어쨋든 어린 나에게 남산에서의 추억과 남자애들이 정신 못차릴 만한 플라스틱 칼은 각각의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나는 동그란 목걸이를 쥐고 남산을 내려오고 동생은 칼을 뽑아들고 뛰어다녔다. 그런데 그 순간에 동생이 들고 있던 햇빛을 받은 칼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분명히 흰색 플라스틱이었는데 햇빛을 받으면 보라색이 되는 칼이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못참고 펑펑 울었다. 엄마는 집에가서 보자, 혹은 당장 일어나라, 두고갈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너가 골랐잖아 라는 당연하고 맞는 말로 어린 나를 다그쳤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다운 순간이었고 바라는게 그대로 밖으로 나오던 순간이었다. 맞든 말든, 원하는게 뭔지 이야기하지 않고야 배길수 없던 순간이었다. 


헤프닝의 끝은 아빠가 다시 기념품 가게에 가서 칼을 하나 더 사오면서 마무리 되었다. 엄마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면 혼날거 같아서 조금은 무서웠지만 만족 스러웠다. 동생에 비해서 두개나 갖게 되면서 만족스러웠지만, 동생은 개의치 않아했다. 그냥 그런 애였다. 


그 이후로 남산타워를 간적이 없다. 


데이트 코스중에 하나라지만, 산책을 하다가 언듯 오르긴했지만, 남산타워에서의 기억은 저걸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창 데이트를 하고 다닐 당시에도 남산은 결혼할 사람과 가겠다고 남겨두었다.


그리고 다시는 남산에 가는일은 그뒤로 없었다고 한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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