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의 내면소통
내부감각 훈련의 필요성
여기서 잠시 내부감각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의 몸에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다섯가지 감각을 받아들이는 별도의 감각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외부감각 (exteroception) 기관들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 몸 내부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두개의 감각시스템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내부감각(interoception)과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다. 내부 감각은 주로 내장기관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고 고유감각은 주로 팔 다리 등 사지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다. 내부감각이나 고유감각 정보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자동처리된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나 비정상인 상황일 경우에는 뇌의 능동적 추론과정을 통해 그 의미가 부여된 뒤에 의식에 떠오르게 된다. 허기, 갈증, 가려움, 배변욕구 등의 느낌이나 불쾌감, 불안감, 분노 등의 부정적 정서 혹은 여러가지 형태의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내부감각에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나 위장이 꿈틀하는듯한 느낌처럼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내부감각신호들은 우리의 의식에 떠오르지 않아 느낄 수 조차 없다. 무의식적으로 자동 처리되는 것이다. 중추신경계는 수많은 내부감각 신호들을 선별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무시해버리고 반응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의식의 개입 없이 자동적으로 알아서 처리한다. 이러한 반응 중에서 일부 내부감각 신호만 의식에 떠오르게 되는데 그것이 불쾌감이나 통증과 같은 것이다. 감정은 내부감각에 대한 반응 중에서 의식에 떠오르는 특수한 한 형태인 셈이다. 따라서 감정을 잘 인지하고 조절하기위해서는 내부감각 신호에 대한 자각능력을 키우는 내부감각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부감각이라는 개념은 1906년에 출간된 쉐링턴의 "신경체계의 통합적 작용"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책에서 쉐링턴은 "내부감각수용체(interoceptors)", 내부감각수용체의 장 (interoceptive receptor fields)", "내부감각적 표면(interoceptive surface)", "내부감각적 부위(interoceptive segments)" 등의 개념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명사로서의 "내부감각(interoception)"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Ceunen, Vlaeyen, & Van Diest, 2016). "내부감각"이라는 말 자체가 과학 학술지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에 와서이며, 1947년에는 쉐링턴이 자신의 책에 새로운 서문을 달아서 재출간하기도 했다(Sherrington, 1906/1947).
한편, 1960년대 폴 맥린(Paul MacLean)은 뇌가 진화론적으로 볼 때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3중뇌(triune brain)" 이론을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2번째 층인 변연계는 일명 포유류의 뇌라고도 불리우는데 이 부위는 감정 조절이나 사회적 행동과의 연관성이 깊고, 미주신경과 인간관계 스트레스 사이에는 강력한 관계가 있다. 3중뇌 이론은 90년대까지는 폭넓게 받아들여졌지만, fMRI 기반 뇌영상연구가 점차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뇌피질과 변연계, 뇌간 등의 기본적인 구분은 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있다. 3중뇌 이론은 특히 변연계-미주신경-장신경계 간의 밀접한 연관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의가 있다.
포지스는 이러한 관점을 더 확장하고 발전시켜서 1994년에 다중미주신경이론을 제안했다.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등으로 드러나게 마련인 감정은 심장 박동이나 내장 운동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주신경은 감정의 인지나 감정의 표현과 직접 관련되어 있으므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나 대인관계 행동과도 관련이 깊다고 보았다. 특히 다중미주신경이론은 내장으로부터 대뇌로 올라가는 미주신경이 대뇌작용과 감정 유발과 행동 등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내장의 상태가 인간관계와 관련된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치며,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나 편안함은 미주신경의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Porges, 2003).
다중미주신경계 이론에 따르면 미주신경에는 크게 배측미주신경계(dorsal vagal complex)와 복측미주신경계(ventral vagal complex)가 있다. 배측미주신경계는 식물상태 미주신경계이며 위기의 순간에 얼어붙어 버리는 파충류나 양서류의 원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시스템이다. 물론 포유류도 얼어붙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예컨대 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면 셋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이는데, 도망가거나, 공격하거나, 얼어붙는다. 배측미주신경계는 횡경막 아래의 내장기관을 주로 통제하며, 위기상황이 아닌때에는 소화기능에 주로 관여하며 수초화가 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복측 미주신경계는 수초화가 되어있으며 보다 스마트한 신경계다. 맞서 싸울지 아니면 도망갈지의 반응을 결정하는 교감신경계를 통제한다. 따라서 감정 조절과도 관련이 깊으며 사회관계 능력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내부감각에 대한 능동적 추론이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내부감각에 대한 알아차림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감정조절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이다(Seth & Friston, 20116). 최근 점점 더 많은 뇌과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건강의 향상과 치유를 위해서 내부감각에 대한 자각능력 향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Tsakiris & De Preester, 2018). 심지어 시간에 대한 인지능력 역시 내부감각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Wittmann & Meissner, 2018). 스스로 주의력결핍증(ADD)라고 밝히면서 성인 ADD에 관한 통찰력 있는 연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보르 마테 박사 역시 ADD의 한 중요한 증세로 시간에 대한 감각 저하를 들고 있다(Maté, 2019). 즉 자신이 특정한 일을 하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드는지를 잘 가늠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에 대해 자각능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늘 출근이나 등교시간을 맞추지 못해 매일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정상인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시적인 시간 자각능력 저하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의 근본 원인 역시 내부감각에 대한 자각 능력 부족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감정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켜 강력한 마음근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미주신경계를 포함한 내부감각 신호 전반에 대한 자각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면소통훈련의 한 중요한 기둥이 내 몸과의 소통인데 특히 내 몸이 내부감각을 통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것이 내부감각 자각훈련이다.
온갖 감정은 우리의 몸의 내부감각 신호들이 주는 정보들을 대뇌가 파악하여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불안, 걱정, 두려움, 분노, 짜증, 복수심, 좌절감, 무기력, 우울감 등의 고통스러운 부정적 정서를 계속 느끼게 되면 의식은 몸으로부터 올라오는 여러 감각 정보들을 차단하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 이는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던 트라우마 스트레스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트라우마, 우울증, 불면증 등의 공통된 특징은 내가 스스로 나 자신으로부터 단절(disconnection from the self)되었다는데 있다(Maté, 2011). 내 몸이 나에게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 상태가 곧 트라우마 스트레스 증후군인 것이다.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포함한 정서조절 장애의 핵심 원인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불행한 사건에 대한 기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몸이 전해주고 있는 신호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이나 신체적 통증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 역시 나쁜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나 재처리에 두기보다는 지금 현재 내 몸이 스스로의 내부감각 신호들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데 두어야 한다.
내부 감각 훈련은 부정적 정서와 직결되는 몸의 내부 감각에 대한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내 몸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습관적이고도 반복적인 부정적 정서유발로 인해 마음근력이 손상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다.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게 되면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신체로부터 올라오는 다양한 신호를 차단해버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그 결과 뇌가 내부감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되며, 우울증 등의 감정조절 장애를 겪게 된다(DeVille et al., 2018). 현대 뇌과학은 내부감각 인식 훈련이 감정조절 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트라우마, 강박증, 주의력 결핍증 등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었고(Langevin, 2021; Tsakiris & De Preester, 2019), 실제 치료에도 내부감각 훈련이 점차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Weng et al., 2021; Khoury, Lutz & Schuman-Olivier, 2018).
내부감각 자각능력 향상을 위한 내면소통 훈련 - 실습
내부감각에 대한 자각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내몸이 나에 하는 이야기를 보다 더 분명하게 잘 알아들을 수 있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내 몸과의 내면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1) 호흡을 통한 내부감각 훈련
<설명>
우리는 보통 숨을 내쉬면 어깨도 내려가고 무언가 편안하게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은 숨을 내쉴 때 내 몸통 한가운데에 있는 횡경막은 밀어 올려진다. 가운데 무언가 밀려 올라올 때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깨나 몸통 주변은 내려가게 된다. 반면에 숨을 들이 쉴 때에는 우리는 어깨도 약간 들어 올려지게 되고 가슴 부위 공간도 부풀어 올라 무언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사실 들이쉬는 숨에서 횡경막은 내려가게 되고 몸통 주변은 올라감으로써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팔 쭉 펴서 머리 위로 천천히 들어 올려보자. 자연스럽게 호흡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팔과 상체 부분이 위로 올라가면 자연스레 횡경막은 아래로 내려가며 몸의 균의 유지하면서 가슴 속의 공간을 넓혀준다. 팔을 천천히 내리면 상체 부분 전체가 내려오면서 횡경막은 위로 밀려 올라가서 가슴 속의 공간을 좁혀 공기가 나가게 된다.
들숨에서 몸 한가운데에서의 내려가는 느낌과 몸통 주변에서의 올라오는 느낌을 동시에 느껴보도록 하고, 또 날숨에서도 몸 한가운데의 올라오는 느낌과 몸통주변에서의 내려가는 느낌을 동시에 느껴보도록 한다. 호흡을 통한 내부감각 자각훈련의 목표는 내 몸 한가운데 가슴과 배의 경계선 쯤을 중심으로 무엇인가 내려가는 느낌과 올라가는 느낌을 동시에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선 들숨에만 집중해서 횡경막이 내려가는 느낌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횡경막이 내려갈 때 몸의 다른 부위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충분히 익숙해진다음에는 날숨이 주는 내려감과 올라감의 느낌을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면 된다. 이 훈련만으로도 편도체 안정화와 정서조절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습>
호흡훈련하듯이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곧게 펴고 앉거나 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호흡에 집중한다.
긴장을 풀면서 내 몸 속으로부터 전해지는 모든 감각에 주의를 집중한다.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부풀어 오르는 허파에 주의를 집중한다.
내쉴 때에도 허파의 움직임에 따라 생겨나는 미세한 느낌들을 알아차린다.
숨을 들이쉴 때에는 가슴과 배 사이에 가로로 걸려 있는 커다란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간다
가슴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공기가 들어오게 된다.
천천히 들이쉬면서 내 몸 한가운데의 무엇인가가 아랫배쪽으로 밀어내리는 듯한 이미지를 상상해본다.
천천히 내쉬면서는 횡경막이 가슴쪽으로 올라오면서 공기를 밀어내는 상상을 한다.
들숨에 내려가고, 날숨에 올라오는 느낌에 계속 집중한다. (반복)
다시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면서 허파가 안쪽에서 갈비뼈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팽창하는 것을 느낀다.
천천히 내쉬었다가 다시 깊에 들이 마실때에는 등 뒤 쪽으로 허파가 팽창하는 느낌을 알아차린다. (반복)
호흡을 천천히 들이마실 때 몸 안에서 생기는 다양한 느낌들에 집중해본다.
훈련을 반복할수록 매일 조금씩 다른 느낌이 생겨나게 된다.
어제와 비교해서 오늘 새로이 느껴지는 감각들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 (반복)
(2) 심장박동을 통한 내부감각 훈련
<설명>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마음이 고요해질수록 심장박동은 보다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나 부정적 정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내부감각 인지능력은 저하되어 있다(Eggart et al., 2019). 그런데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경우는 심장박동이 너무나 두근거리고 분명하게 느껴져서 심박수에 대한 인지가 정확해지는 수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내부감각 인지능력의 향상으로 심박수에 대한 인식이 정확해진 것이 아니라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강하게 뛰게되어 심박수에 대한 인식이 정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심박수 인식은 내부감각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에게도 일어나지만 반대로 불안장애나 공황발작을 겪는 지극히 불안한 상태에서도 심박수에 대한 인식이 정확해질 수도 있다(Limmer et al., 2015). 한편 우울증의 경우에는 심박수에 대한 인지능력이 일반인들에 비해 더 저하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Pollatos et al., 2009).
부드럽게 천천히 호흡하면서 주의를 심장으로 가져 간다. 내부감각 훈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심장에 주의를 집중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심장박동이 분명하게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장박동을 느껴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가슴 한가운데에 집중을 해본다.
심장 박동을 셀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휴대전화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서 30초간 내부감각을 통해 심장박동을 세어본다. 그리고 나서 곧 이어서 손목의 맥박 뛰는 곳을 찾아서 30초간의 실제 심박수를 측정한다. 다시 내부감각을 통해 심박수를 세어보고 곧 이어 실제 심박수를 측정한다. 가만히 앉아서 몸으로 느껴졌던 맥박수와 실제 맥박수가 일치할 수록 내부감각이 정확한 것이다.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폰의 플래쉬 불빛을 이용한 심박측정 앱을 통해서 실제 맥박수를 1분간 측정하면서 동시에 눈을 감고 내부감각을 통해 심박수를 세어본 뒤에 이 둘을 비교해봄으로써 심장박동에 대한 내부감각 인지의 정확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실습>
심장 박동은 왼쪽 심장부위보다는 가슴 전체나 복부, 목주변, 얼굴주변 등 몸 전체를 통해서 더 잘 느껴진다.
몸과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힐수록 심장 박동은 조금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신체부위가 조금씩 달라질수도 있다.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주의가 다른 데로 흩어져 심장박동을 놓치지 않도록 조용히 집중한다. (반복)
다시 천천히 호흡하면서 이번에는 어느 호흡이나 심박 등 어느 특정한 부위에 집중하지 않고 몸 내부 전체를 느껴보도록 한다.
몸 안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 또는 살아 있음의 느낌에 집중한다.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감각들은 알아차림과 동시에 계속 흘려보낸다.
몸 전체를 통해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느껴본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살아있음의 느낌은 몸에서 온다.
나에게 살아있음의 느낌을 주는 이 감각이 무엇인지 마음의 눈으로 주의 깊게 계속 관찰한다. (반복)
(3) 장신경계를 통한 내부감각 훈련
<설명>
ACC(전방대상피질)는 변연계의 일부이면서도 인지작용에도 관여하는데 특히 내장 자율 신경으로부터 전달되는 신호를 처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장으로부터의 신호는 흔히 "gut feeling"이라 불리우는데 말 그대로 "내장의 느낌"이다. "gut feeling"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직감"이 된다. 그런데 우리 말의 "직감"은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은", "왠지 마음에 안드는", "왠지 불길한" 등등의 의미를 지닌다. 말하자면 근거없는 추론 혹은 일종의 두뇌작용의 결과라는 뉘앙스를 지닌다. 하지만 인간의 내장에는 수많은 감각세포가 분포되어 있으며 내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정보의 양이 뇌에서 내장으로 내려오는 정보의 양보다 훨씬 더 많다.
내장은 소화기관일뿐만아니라 일종의 감각기관이기도 하다. 주변사람이나 환경에 대해 내장은 독자적으로 반응하여 어떠한 신호를 우리의 뇌로 올려 보낸다. 그것이 "gut feeling"이고 이러한 정보를 주로 처리하는 곳이 ACC - mPFC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감정조절의 기본축이라할만큼 우리의 내장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감정 상태는 내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장은 자율신경계로부터 상당한 지배를 받지만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고유의 신경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것이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인데 5억개가 넘는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억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척수(spinal cord)보다 무려 5배나 많은 것이다. 장신경계의 뉴런들은 99.9% 이상이 자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단 0.1% 미만이 대뇌와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장에서 뇌로 신호를 올려보내는 뉴런들이다. 이처럼 장신경계는 뇌나 척수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제2의 뇌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Gershon, 1999).
장신경계 역시 뇌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우리 몸에 있는 세로토닌 전체의 90%가 장신경계계에 존재한다. 신경세포 수는 뇌가 900억에서 1천억개 정도 되니 장보다는 200배가량 더 많지만 세로토닌은 장에 9배가량 더 많은 것이다. 근육의 움직임이나 보상체계의 핵심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역시 약 50%가 장에 존재한다.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미생물군집의 유전체, 즉 인간의 몸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전정보총체를 지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장과 두뇌의 연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의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은 감정이나 기분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며, 마이크로바이옴에 이상이 생기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Foster & Neufeld, 2013). 정서조절의 문제가 장신경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 계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왠만해서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우리말로는 "배짱이 두둑하다"라고 했고, 영어로는 "get the guts"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문제를 일차적으로 관할 하는 곳 역시 "gut feeling"의 정보를 처리하는 장신경계다.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할 때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거나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gut feeling"이라 할 수 있다.
무언가 불안하고 불쾌하면 장에서 먼저 신호가 온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장신경계로부터 올라오는 내부감각 신호에 대한 능동적 추론에 오류가 생기면 감정인지와 조절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장으로부터는 늘 지속적으로 다양한 신호가 올라오게 마련이며 대부분의 신호는 별 특별한 의미가 없는 잡음에 불과하다. 그런데 트라우마 등의 강한 부정적 정서의 경험은 별의미가 없는 신호에 대해 그 볼륨을 증폭시키고 과다한 주의를 보내게 함으로써 능동적 추론과정에 오작동을 유발시킨다. 그 결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지속적인 통증이나 강한 부정적 정서를 유발시키게 된다. 특히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의 대부분도 장을 중심으로 작동하는데 장신경계로부터의 내부감각에 대한 신호처리에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면역시스템에도 교란이 일어나게 된다. 면역시스템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병이나 종양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든가 혹은 면역시스템의 과도한 작동으로 자가면역질환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늘 장을 편안하게 해야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진다. 부정적 정서가 장의 건강을 해친다기 보다는 불안한 장신경계가 부정적 정서를 가져오는 것이다. 내부감각 훈련의 하나인 장신경계 명상은 일종의 감각기관인 장에게 좋은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습>
호흡훈련하듯이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곧게 펴고 앉거나 선다.
먼저 천천히 호흡에 집중한다.
들숨에 배가 약간 부풀어 올랐다가 날쑴에 살짝 꺼져 내려가는 것을 알아차린다.
천천히 내쉴 때 배를 편안하게 툭 놓아준다는 느낌으로 복부의 긴장을 푼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긴장하게 되면 배 근육 전체가 경직되고, 자신도 모르게 늘 배에 힘을 주고 있거나 안쪽으로 당기고 있게 된다.
이제 숨을 숨을 내쉴 때 마다 뱃속이 넓어진다는 느낌으로 복부 전체의 긴장을 툭 풀어준다.
이 때 배에 힘을 줘서 의도적으로 배를 부풀리거나 하면 안된다.
복부 안에 넓고 텅 빈 공간이 생기는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계속 배의 긴장을 푼다.
복부의 긴장을 푸는 효과적인 방법은 먼저 복부 근육에 잔뜩 힘을 주어 긴장시켰다가 툭 풀어주는 것이다.
배 전체에 힘을 주면서 호흡을 멈추었다가 툭 풀어주며 내쉬기를 5-6회 반복한다.
오른손을 가볍게 복부 오른쪽 아랫 부분에 대고 왼손을 오른손등에 포갠다.
오른손바닥이 닿아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수축하면서 힘을 주었다가 툭 풀어준다.
손의 위치를 조금씩 위쪽으로 옮겨가면서 손바닥이 닿는 부위를 중심으로 수축했다가 이완하기를 반복한다.
손바닥이 닿는 복부 부분만 정확하게 긴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최대한 손바닥 아래 부분에 집중해본다.
손을 계속 움직여서 갈비뼈와 복부가 만나는 지점에서 천천히 왼쪽으로 이동한다.
왼쪽 갈비뼈와 복부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다시 천천히 아랫쪽으로 내려가고
하복부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천천히 이동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이렇게 손바닥을 움직여가면서 손바닥이 닿는 복부 주변을 긴장했다 이완하기를 반복한다.
배의 긴장이 충분히 풀어졌다고 느껴지면 오른손을 복부 오른쪽 아랫 부분에 대고 왼손을 오른손등에 포갠 상태에서 두 손으로 장을 부드럽게 살짝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장이 주는 신호를 손바닥으로 느껴본다.
배에 닿아있는 오른손을 천천히 움직여서 천천히 갈비뼈 부분까지 올라왔다가 왼쪽→ 아랫쪽 → 복부 아래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가면서 내장이 전해주는 느낌을 최대한 느껴본다.
손바닥의 이동 속도는 1초에 2-3cm 정도가 되도록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복부와 내장으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에 계속 최대한 집중한다.
이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의 차이를 느껴보도록 한다. (반복)
(*여기서부터는 1달 이상 호흡훈련을 해서 어느 정도 호흡훈련에 익숙해진 분만 시도하시길 권유드린다.)
다시 천천히 호흡에 집중한다.
이번에는 들숨에 배가 약간 홀쭉해지도록 배를 안으로 당기고,
날숨에 배를 풀어줘서 뱃속이 넓어지도록 한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으나 호흡의 리듬을 잘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들숨에 배를 안쪽으로 당길 때 힘을 주거나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아랫배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으로 들이마신다.
내쉴 때에도 아랫배를 억지로 부풀리거나 하지말고,
장을 편안하게 쉬게 한다는 의도를 유지하면서
호흡이 아랫배 주변 전체로 빠져나가는듯한 느낌으로 내쉰다.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