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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환 Aug 18. 2021

고유감각훈련과 움직임 명상 (2/4)

몸과의 내면소통

감정: 자동화된 움직임 혹은 고정된 행위유형(FAP)

효율적인 움직임을 위해 우리의 뇌가 만들어 낸 것은 의식뿐만이 아니다. 움직임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뇌는 여러가지 고정된 행위 유형(fixed action pattern: FAP) 또한 만들어낸다. "걷기"라는 움직임을 생각해보자. 걷기 위해서는 수많은 근육과 관절을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걷는다"는 의도만 갖고 있을 뿐 걸을 때 필요한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도나 조절을 하지 않는다. 사실 할 수도 없다. 하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움직임을 위해 매번 몸의 각 부위에 주의를 집중해야만 하고 일일이 의식적인 처리를 해야한다면 내부 상태인 의식이 처리해야할 정보량은 엄청 많게 되며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 될 것이다 (Llinás, 2002, p. 134). 

친구와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걷기는 자동화된 FAP에 맞겨두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FAP는 하나의 동작을 위한 다양한 작은 움직임들의 조합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또 동시에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한다. 고정된 행위 패턴은 우리 의식 너머에서, 혹은 의식의 저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우리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채" 이러한 FAP를 수행한다. 반복된 훈련이나 습관을 통해 얻어진 행위 역시 FAP라 할 수 있다. 지나스에 따르면 예컨대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A 단조(아마도 D 장조의 오기인듯)를 연주하는 하이페츠의 행위 대부분은 FAP"라는 것이다(Llinás, 2002, p. 136).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FAP는 주로 대뇌기저핵(basal ganglia)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크링겔바흐 교수팀은 트라우마에 대한 뇌영상 연구 53개에 대해 면밀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Stark, et al., 2015). 분석 결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전전두엽과 편도체 등 감정조절과 관련된 부위에 있어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사람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한 차이는 설령 PTSD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되었다. 즉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안나타난다 하더라도 트라우마는 뇌의 감정 조절 능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트라우마를 겪고도 PTSD를 나타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였다. 이 두 집단은 특히 대뇌기적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즉 PTSD는 대뇌기저핵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발견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PTSD 등의 정신질환이나 감정조절 장애 등이 상당 부분 무의식적인 움직임이나 근육의 수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트라우마가 기존의 FAP에 영향을 주었거나 새로운 습관적인 행위 (무의식적인 몸의 움직임 혹은 특정한 부위의 근육의 수축 등)를 만들어내서 PTSD의 증상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쁜 기억이 그야말로 몸에 깊숙히 저장되는 셈이다. 따라서 PTSD 환자에게는 새로운 FAP를 형성해줄 수 있는 소마틱 무브먼트 훈련 등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라우마나 불안장애 치료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EMDR 요법 역시 FAP나 대뇌기저핵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들은 뇌신경계를 통해 뇌간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을 좌우로 번갈아 움직이는 것과 안구운동을 결합한 소마틱 명상 운동 등에 정신과 의사들이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스는 몸의 움직임 뿐만아니라 감정 역시 일종의 FAP라 본다. 특정한 감정 상태는 특정한 근육의 움직임을 위한 사전운동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서 얼굴근육이나 몸의 여러 근육을 수축시키는 일종의 움직임 상태라는 것이다 (Llinás, 2002).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감정 상태의 유발이 얼굴 표정을 바꾼다기보다는 얼굴 표정의 근육들이 특정한 형태로 수축되는 것 자체가 감정의 핵심적인 요소다. 이것의 의미는 얼굴 근육을 포함해서 몸의 여러 근육들을 완전히 이완시켜 놓는다면 감정의 유발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고 완전히 이완된 턱 근육, 목과 어깨 근육을 유지하면서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감정 조절의 문제는 몸 근육의 조절 문제라 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식을 넘어서, 유발되는 고정된 행위 유형이 곧 감정인 셈이다. 따라서 감정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내 몸의 깊은 근육들의 상태까지 면밀히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이것이 신체자각훈련으로 알려진 펠덴크라이스 요법이나 알렉산더 테크닉과 같은 소마틱스가 감정조절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다. 

감정이 몸의 여러 상태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는 의사결정 등 인지과정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것이 뇌과학자 다마지오다. 그는 소마틱 마커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를 통해서 인간의 감정은 심장박동을 포함한 신체의 여러 특징적인 변화를 유발하며, 이러한 신체의 변화는 의사결정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론화했다. 내복측 전전두엽이나 편도체에서 주로 처리되는 소마틱 마커에 의한 신체 변화가 인간이 스스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여기는 사유과정에 인간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직접적이고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Damasio, 1994). 

심리학자들도 변연계에서 촉발되는 자신의 감정의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의 변화가 대뇌피질에 사후적으로 전달된 이후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Kagan, 2007). 즉 인간이 화가 나거나 두렵다는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변연계에서 촉발된 감정 상태의 변화가 신체의 변화 (심박수, 호흡, 땀, 근육의 긴장 등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러한 신체변화를 대뇌가 감지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스스로 특정한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 것은 따라서 변연계가 특정한 감정상태에 돌입한 후 0.5초 가량 지난 다음이다. 감정은 의식이나 생각보다는 본질적으로 몸의 문제이며, 특정한 무의식적 움직임의 상태인 것이다.   

 데카르트 이래 인간의 이성은 몸과는 상관없는 영혼과도 같은 존재라 여겨졌는데, 인간의 이성이야말로 오히려 철저하게 몸에 기반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나는 인지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이라기보다는 "나는 느끼고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하는 것이 옳은 셈이다. 다마지오는 인간의 의식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뇌와 몸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시스템이 곧 자아의식이라고 답한다 (Damasio, 2010). 몸과 뇌의 관계에 있어서 몸은 의식이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폭 넓게 많은 정보를 주는데 반해서, 의식이 몸에 주는 정보는 의도나 행동 등 매우 제한된다. 결국 다마지오 역시 지나스나 월포트와 마찬가지로 의식은 몸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의식과 감정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들은 마음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새로운 고정된 행위패턴을 학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사유는 결국 몸의 특정한 근육을 특정한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운동에 불과한 것이다. 의식이나 사유는 모두 몸의 움직임을 위한 도구다. 인간의 본성은 정신이나 영혼에 있다기보다는 몸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간성의 근원이나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 역시 몸의 움직임에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움직인다는 뜻이다. 마음근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따라서 몸을 단련하는 것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음 근력 향상을 위한 내면소통 훈련 역시 잘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움직임과 관련된 자신의 의도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명상 자세를 취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의 수많은 근육들이 끊임 없이 미세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야만 한다. 미동도 없는 정좌의 자세는 역설적이게도 끊임없는 움직임의 결과다. 호흡도 움직임이고 뇌신경계와 관련된 다양한 부위의 근육 이완 역시 움직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제대로 된 움직임을 통해서만 마음을 다스리고 편도체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내면소통 훈련이 기본적으로 몸 기반이어야 한다는 것은 곧 움직임 기반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식과 깨어있음

지나스에 따르면 몸의 움직임을 위해 뇌는 여러가지 종류의 감각정보를 한데 통합해서 하나의 환경을 우리의 의식에 제공해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러가지 감각정보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매핑을 해서 일관성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존재가 바로 의식이다. 그러한 통합이 곧 의식의 핵심기능이라는 것이다. 의식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들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위한 다양한 근육들을 (또는 적절한 시간차를 두어서) 통합하여 의도에 기반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Llinás, 2002). 

다양한 정보의 시공간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기능이 곧 의식이다.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기억으로부터 제공되는 내적모델까지 한데 통합된 결과가 바로 "나"라는 느낌을 주는 자아의식이다. 지나스는 데카르트를 패러디하여 이렇게 말한다. "뇌는 통합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It binds, therefore I am)". (Llinás, 2002, p. 126). 이러한 통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뇌는 예측을 하게되는데 예측을 하는 주체가 바로 셀프다. 지나스에 따르면, "나"라는 실체는 없다. 자의식이란 단지 특별한 마음 상태에 불과하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만들어진 추상적 존재일 뿐이다. 셀프는 두뇌의 "계산 작용"에 의해서 생산된 것이다. 

지나스는 특히 시상피질시스템(thalamocortical system)의 40Hz 진동에 주목한다. 이러한 통합의 기능은 시상피질을 중심으로 한 40Hz의 감마파에 의해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Llinás, 1988). 인간의 의식의 기본은 중추신경계의 특정한 진동에 기반한다. 뇌간에서부터 변연계를 거쳐 대뇌피질에 이르는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가 감마파로 진동할 때 우리의 의식은 작동한다 (Urbano et al., 2012).

지나스에 따르면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의 일부 뉴런은 자동리듬의 전기적인 진동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시냅스 연결망을 통해서 뉴런들은 진동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진동의 네트워크에서 뉴런들은 페이스메이커로서 특정한 리듬의 진동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특정한 진동에 반응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동과 공명은 다양한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 특정한 상태 (수면, 각성, 혹은 특정한 주의 집중)를 결정하기도 하고, 운동 조절에 관여하기도 하며, 특정한 뉴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신경가소성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시상과 피질 사이의 회로에서의 진동의 교란은 정신질환과도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뇌의 기능은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가 하는 것보다, 또는 어느 부위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하는 것보다, 어떠한 주파수로 서로 진동을 주고 받는가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 다시 말해서 같은 부위들이 활성화된다해도, 그 부위들의 진동의 주파수가 달라짐에 따라 뇌는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Llinás, 1988). 

인간의 뇌는 외부 자극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자극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외부환경에 대해 주관적인 해석을 해내는 내적인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인데, 이러한 능력은 중추신경계가 자발적으로 특정한 주파수의 진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의식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감각정보에 대한 반응으로서 구성된다기보다는 오히려 내부 모델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완결적 시스템이다. 의식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의식의 본질을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여러가지 감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수동적인 장치로서 파악하는 것이다. 지나스는 이러한 전통적인 관점을 단호히 비판한다. 의식은 근본적으로 닫혀있는 루프다. 외부의 자극 없이도 얼마든지 다양한 기능을 내재적으로 구성해낼 수 있으며 시공간적인 매핑까지 해낼 수 있는 기능을 지닌다 (Llinás & Paré, 1991). 뇌는외부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프리스턴 식으로 말하자면 능동적 추론을 해내는 기관이며, 봄 식으로 말하자면 생성질서를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마코프 블랭킷 모델에 입각해서 보자면, 우리의 의식이 깨어있다는 의미는 우리의 뇌가 활발하게 내부 모델을 외부세계에 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가 바로 시상을 중심으로 하는 망상활성계가 40Hz로 진동하는 때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인간의 뇌는 40Hz로 진동할 수 있는데 이 때가 바로 꿈을 꾸는 상태다 (Llinás & Ribary, 1993). 지나스에 따르면 깨어있는 상태나 꿈을 꾸는 상태나 모두 동일하게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다. 따라서 꿈과 현실은 뇌의 작동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동일하다. 의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꿈 꾸는 동안이든 깨어 있는 동안이든 인간은 경험하는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측함으로써 대상을 실체로서 경험한다. 뇌과학은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건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는건지 알 수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을 하면 망상활성계는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것이 각성상태다. 움직이면 잠을 깨게 되어 있다. 또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깨어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전에 지나친 운동을 하게되면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몸은 지치지만 뇌는 각성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마코프 블랭킷 모델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내부상태가 움직임에 대한 의도를 생성해낼 수 있고, 감각상태가 움직임을 위한 환경정보를 처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움직임의 결과로서 내부상태로 전해지는 피드백 정보를 통해 예측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상태가 곧 깨어 있는 것이다. 움직임을 위한 준비상태가 곧 각성상태다. 

각성(wakefulness)과 관련해서 인간의 뇌는 크게 보아 세가지 상태가 있다. 깨어있는 상태, 수면 상태(쎄타파 등 느린 뇌파를 보이는 깊은 수면), 꿈꾸는 상태(렘 수면)가 그것이다. 이러한 세가지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다. 망상활성계는 후뇌, 중간뇌, 전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형태(망상)의 신경망으로 뇌의 각성상태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Garcia-Rill, 2015). 대부분의 마취제는 망상활성계를 억제함으로써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다. 뇌간 등 뇌의 아랫부분에서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쪽으로 올라가는 상향(ascending) 망상활성계는 대뇌피질 전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잠에서 깨게 한다. 이때 주로 작동하는 신경회로는 노르아들레날린이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신경망이고, 망상활성계는 40Hz 전후의 감마파의 진동을 보인다(Urbano et al., 2012). 

상향망상활성계가 감마파 진동의 동기화를 통해 의식의 각성을 가져온다는 논의는 많이 있어왔다 (Garcia-Rill, 2017). 그런데 실제로 40Hz의 전기 자극을 직접 뇌에 주어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게 하는 최초의 실험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Redinbaugh, 2020). 마취를 시킨 붉은 털 원숭이 시상의 가운데 옆쪽 부위(central lateral thalamus: CL)를 전극을 통해 특정한 주파수(40Hz)로 자극했더니 즉시 의식을 회복하고 깨어난 것이다. 시상의 이 부위(CL)는 뇌간으로부터 올라오는 망상활성계의 정보를 받아들여 대뇌 피질로 전달하는 일종의 통로와도 같은 곳이며, 인간의 시상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마취상태에 빠진 원숭이의 CL 시상 부위를 자극하여 망상활성계가 활성화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놀랍게도 원숭이는 곧바로 의식을 회복하고 깨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자극을 멈췄더니 곧바로 다시 의식을 잃었다(Redinbaugh et al., 2020). 이 실험 결과는 의식의 각성상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시상 부위의 감마파 진동의 동기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나 불안장애의 경우 망상활성계는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깜짝 놀랐을 때나 지나치게 긴장한 각성상태의 자극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망상활성계는 반복적인 자극에 대해서는 빠르게  습관화(habituation)를 발생시키는 기능도 갖고 있다. 즉 시끄러운 소음이나 강한 냄새 등이 지속되면 망상활성계는 신속하게 습관화를 발생시켜 그에 대해 의식이 덜 반응하게 함으로써 상황에 적응하도록 한다. 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불안장애 환자의 경우에는 이 습관화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에 따라 과도한 각성상태가 지속되고 수면 상태를 조절하는 기능에 장애가 생겨 깊은 수면 (느린 뇌파 수면)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렘 수면 상태를 증가시켜서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불면증을 겪게 한다(Garcia-Rill, 2019)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모두 다 수면장애를 동반하는데 (Walker, 2017) 이는 망상활성계의 기능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상은 망상활성계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편안하고도 규칙적인 수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근력이 강하고 건강하다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지표다. 잘 자야 잘 깨어있을 수 있다. 

감마파 진동이 뇌의 건강과 기능 향상에 결정적 도움을 주리라는 일련의 연구는 MIT의 차이 교수팀에서 연달아 나오고 있다. 차이 교수팀은 유전자 조작을 한 쥐의 해마체 부분의 뉴런을 빛으로 직접 자극하는 옵토제네틱스 실험을 통해 40Hz의 진동을 유발시켰다. 그결과 치매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아니라 1시간 가량 40Hz의 자극을 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더니 마이크로글리아를 형성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한마디로 뇌가 더 건강해진 것이다. 이는 40Hz의 진동을 뉴런들이 유지할 경우 치매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는 강한 암시를 주는 결과다. 참고로, 치매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농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치매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차이 교수팀은 옵토제네틱스로 뇌의 뉴런을 직접 빛으로 자극을 주어 활성화하는 실험을 했을뿐만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40Hz로 깜빡이는 빛을 눈에 보여주는 비침습적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쥐의 시각 피질에 40Hz의 진동이 형성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1시간동안 빛을 보여주고 나서 1시간 뒤에 시각 피질의 아밀로이드 베타의 레벨을 측정했더니 무려 57.97%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Hz나 80Hz 혹은 랜덤하게 깜빡이는 빛은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Iaccarino et al., 2016)

차이 교수팀은 또한 소리 자극을 통해 쥐의 청각피질과 해마체에 감마진동을 유발시키는 실험도 진행했다. 일주일간 이러한 소리 자극을 받은 쥐들은 공간기억과 인지기억이 향상되었다. 뿐만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의 레벨도 낮아졌으며, 최근 치매의 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인산화된 타우단백질의 레벨도 낮아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대단한 연구팀은 소리와 빛 자극을 동시에 주어서 청각피질과 시각피질에 감마진동을 동시에 유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뇌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시각 청각 등 서로 다른 종류의 감각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binding)하여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의 기능이 바로 의식 작용의 핵심이며 주로 전두피질 영역에서 담당한다. 

빛 자극을 통해 시각 피질에 감파 진동을 유발시키면 시각 피질의 상태가 좋아지고, 소리자극 통해 청각피질에 감파 진동을 유발시키민 청각 피질의 상태가 좋아진다. 그렇다면 빛과 소리 자극을 동시에 주면 어떻게 될까? 차이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다양한 자극을 통합하는 전전두피질의 핵심 부위인 내측전전두엽 (mPFC)에도 감마진동이 유발되었고 그결과 mPFC 부위의 아교세포 조직은 더 활성화되고 아밀로이드 레벨은 감소했다(Martorell et al., 2019). 이 결과는 감마진동을 다양한 형태의 자극을 통해 뇌에 주는 것은 뇌의 전반적인 아밀로이드 레벨의 감소를 가져올 뿐만아니라 mPFC를 중심으로 한 전전두피질 전반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Adaikkan & Tsai, 2020).

차이 교수팀 뿐만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감마진동의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있다(McDermott et al., 2018). 보다 대규모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감마 뇌파를 유도하는 화면을 고령층의 피험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거나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노인들은 건강한 집단에 비해 감마파가 현저하게 덜 유도되었다. 뇌기능이 저하되면 자극을 주어도 감마 뇌파가 잘 유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Murty et al., 2021). 이 연구 결과는 감마파의 유발 정도를 통해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어떠한 사물이나 상황을 파악하거나 주의를 집중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감마파 진동과 동기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왔다. 망상활성계를 통해 특정한 뉴런들이 일제히 억제되거나 활성되는 것인데, 이는 주의력이나 작업기억의 발휘 등 다양한 인지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졸리거나 인지능력이 저하될 때 또는 정신질환이 있을 때에는 감마파 진동과 동기화가 줄어든다(Urbano et al., 2012)그렇다면 우리가 명료한 의식으로 깨어있기를 원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뇌 저 깊은 곳에 감마파의 동기화가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처럼 살아있는 인간의 뇌에 직접 40Hz의 전기자극을 주거나 빛을 쏘이거나 할 수는 없다. 멀쩡한 사람의 뇌에 구멍을 뚫어 깊은 곳에 전극을 박아 넣거나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뉴런 수용체에 유전자 조작을 하고 직접 빛 자극을 주는 옵토제네틱스 실험들은 모두 다 쥐나 원숭이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렇게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인간의 뇌에 감마파 진동과 동기화를 강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명상이다. 루츠와 그의 동료들은 오랫동안 명상 수행을 한 사람들은 스스로 감마파의 진동과 동기화 현상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Lutz, et al., 2004). 명상 훈련이 인지능력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입증된 것이다. 명상이 명료한 의식의 깨어있음을 가져온다는 것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거나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한 뇌과학적 사실이다. 명상은 뇌의 인지능력의 향상을 가져올 뿐만아니라 뇌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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