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민 Jul 22. 2023

나는 아동학대자입니다.

제 직업은 교사, 다시 말해 아동학대자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 노예를 자청해서 주말 없이 일하다

몸이 고장 나 집회 참여도 못하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선생님 덕에 우리 아이가 좋은 경험을 했다, 고맙다’는

연락에도 마냥 행복하기보다는

어느 누가 돌변해서 아동학대로 고소할지도 몰라

상황을 곱씹고 또 곱씹다

그냥 ‘교사가 숨만 쉬어도 수틀리면 아동학대지’하고

편집증 환자처럼 불안해 잠을 잘 못 자는 요즘.


막내 선생님과 공교육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을

친구와 함께 교육부로 보내며 마음이 정리되길 기대했지만

오늘밤은 내 2년 차의 지금은 어땠는지를 되짚으며

또 밤잠을 설친다.

2년 차에 첫 담임을 맡아 이게 내 천직이라 믿게 되었고

생각해 보면 다소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리 쥐어짜도 요만큼도 나오지 않을

진심 가득한 열정으로 교실 안팎으로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천직”이란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늘 6 담임할 사람? 저요! 하며 경력을 채워왔다.


근데 요즘은 부쩍, 그런 지난 시간들이

행여나 나를 역으로 옥죄일까 두려움이 커진다.

잘하려고 애쓴 그 모든 것들은

어디든 갖다 붙이면 다 아동학대이고,

그 시점부터 10년까지는 신고가 가능하며

신고는 증거 전혀 없이 아동의 진술만으로도 성립되고

유독 여기서만큼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없는 데다

사실상 무고죄는 성립되지 않는 실정이지 않는가.

너무도 많은 실제사례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남일 같았던 비극이 또 나에게 찾아올지 누가 아는가.

단지 내가 예민해서라고 하기엔

내 주변 모든 교사들이 떨고 있다.

언제 교수대로 끌려갈지 모를 누명 쓴 사형수 수용소처럼

연구실이, 학교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방구석 아무도 보지 못할 사각지대의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이 세상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들고 고안한 법을

그 방구석의 롯문가들이 교묘하게 악용해

애먼 교사들을 쥐고 흔드는 도구로 변질되었다.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측은 말 한마디로 신고가 가능한데,

안 했다는 우리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애초에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해내야 한다.

무혐의로 판정 나는 게 태반이지만,

그 과정이 정말이지 괴롭다.

고소를 시전 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안다,

우리 선생님이 사실은 누구보다 내 아이를 아꼈고

이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실 이분들의 목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 괘씸한 선생을 괴롭히는 것이다.

“재판받는 것보다 저한테 무릎 꿇는 게 낫지 않겠어요?”

라고 태연하게 인터뷰를 해댄다.

아동학대법을 쥐고 교사를 마구 찔러 학대하시는 중이다.


어쩌다 교사인권과 학생인권이

양립할 수 없는 파워게임의 두 주체가 되어버린 걸까.

도덕시간에 그렇게 그렇게 외치던 ‘존중’은

우리가 너무 남용해서 오히려 무뎌진 걸까.

때리는 놈과 맞는 놈을 앞에 두고

때리는 놈을 말리면 정서학대/신체자유구속이 되고

그래서 말리지 않으면 맞는 놈 방임이 되는 시대에


교사는 그냥 아동학대 그 자체이다.

“나는 당신이다.”라는 포스트잇의 그 문구처럼.


작가의 이전글 나의 '우영우'를 기억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