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때를 제외하면 나는 대체로 존댓말을 한다. 어릴 때 만나서 편하게 말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가까운 사람과도 존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존댓말이 편해서다.
과거에는 가족 언어가 반말 혹은 반존대였기에 존댓말을 하다가도 친하다 싶으면 반말이 튀어나오곤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비슷한 또래의 상대방이 반말하면 서로 말을 놓는 건가 싶어 자연스럽게 언어를 맞췄다.
회사 다닐 때 비슷한 또래에 나보다 한두 살 많은 직장동료가 있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존댓말을 하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그녀가 말을 편하게 했고, 언어를 맞춰서 나도 반존대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다.
나보다 입사가 늦었지만 나이가 많았던 동료는 반존대로 말하는 게 기분이 몹시 나빴던 모양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다른 동료와 나를 비교하며, 두 사람 모두 자신보다 어린데 한 명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예의를 지키니 착하고, 나는 버릇없이 반말하니 나쁘다며 술주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술주정은 나에 대한 다양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이걸 듣고 있어야 하나 싶었지만 반말이 얼마나 싫었으면 마음에 담아뒀다가 술에 취해서야 말할까 싶어서 참기로 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가 술에 취하지 않았으면서 취한 척 주워 담지 못할 말을 쏟아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다음날 그녀는 조용히 나를 불렀다. 편의점에서 사 온 사과와 관련된 상품을 쭉 늘어놓은 그녀는 사과하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보통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그 사과는 받지 않았다. 앞으로 업무 외에는 말을 섞지 말자고, 사과는 받아 줄 생각이 없다며 명확하게 말했다. 그리고 퇴사할 때까지 업무 외에는 그녀와 대화하지 않았다.
존댓말이 뭐라고,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나는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용하는 기본 언어를 존댓말로 세팅했다. 존댓말은 입에 착 달라붙었다.
사회생활에 존댓말은 참 좋은 세팅이었다.
상대방이 친근하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던 반말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충격적이던 날 밤 내 안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이제는 습관처럼 튀어나와 때때로 곤욕스러웠던 반말 대신 존댓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람은 때때로 강하게 커야 하는가 보다.
나의 뇌에 존댓말 패치를 해준 그녀에게 이제는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