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도 에취 3.
감기에 안 걸린다고 바보라니! 그런 말을 믿는 게 바보다!
감기 3일 차
“에취! 선생님도 감기에 걸렸어요. 여러분은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조회부터 머리가 띵해졌다. 선생님께서 감기에 걸렸다니.
“다들 감기에 걸리니 큰일이네요. 에취! 다들 병원은 다녀왔죠? 푸에취!”
다행히 선생님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거봐. 선생님도 감기에 걸렸잖아. 바보가 아닌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는 거야.”
세라가 짝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세라의 말이 맞을 리가 없다. 저런 이상한 말을 할 거면 마스크나 쓰지. 계속 기침을 하면서도 세라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민아야. 세라 말이 정말일까?”
짝꿍 은주가 물었다. 걱정 가득한 은주의 표정에 나는 일부러 더 씩씩한 척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야.”
내 대답에도 은주는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였다.
“나 감기에 안 걸렸는데. 내가 바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어. 손을 잘 씻고, 네가 건강해서 감기에 걸리지 않은 거야.”
은주가 다시 웃음을 찾았다. 착한 일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역시. 너는 모르는 게 없구나.”
은주의 말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래 나는 모르는 게 없다. 그러니까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세라의 말은 거짓말이 분명하다. 심지어 어떤 과학적인 논리도 없는 말이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집에 가서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면 7시. 언제나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검둥이다. 엄마는 집에 없다. 그래도 이해한다. 엄마네 회사에서 똑똑한 엄마를 놓아주지 않는 거니까.
하지만 아빠는 회사가 끝나고 늘 일찍 온다. 아빠가 있어서 고맙지만 그래도 엄마가 늘 없어서 섭섭한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나는 티를 내지 않는다. 검둥이가 내 옆에서 몸을 비비며 위로해 주니까.
학원 숙제를 거실로 가지고 나와서 열심히 풀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검둥이는 내 옆을 지켰다. 검둥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될 거다. 나는 감기에 걸리지 않아도 바보가 아니란 걸, 꼭 모두에게 알려줄 거다.
“민아야. 자야지.”
아빠가 거실에 있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은 밤 9시. 다른 친구들은 11시까지도 잠을 안 잔다고 하던데. 아빠는 꼭 9시면 나보고 자라고 한다.
“공부 조금만 더하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라고 하면 어쩐지 안 될 것 같아서.
“공부도 좋지만 우리 공주님. 키도 크고 건강해야지. 자 어서 자자.”
차마 아빠에게 엄마를 보고 잘 거라고 말하지 못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아빠 마음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