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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Harang Jan 16. 2024

마흔, 나는 글쓰기로 정신과 약을  대신하기로 했다.

인생의 반, 나를 돌아보는 시간

마흔, 나는 글쓰기로 정신과 약을 대신하기로 했다. 

    


 또다시 우울증이 시작되었다. 군인가족인 나는 결혼생활 15년 동안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주기로 이사를 다녔다. 남편은 먼저 전출지로 떠났고 관사가 나오려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시간 동안 속절없이 밀려오는 우울감을 견디는 것이다. 올해 겨울부터 남편은 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대략 6~7년 동안 월말부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언제 가는 있을 일이었지만 강원도의 겨울이 더 춥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지금 나는 또 마음이 허전하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다시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지고 나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에 매몰된 것이다. 남편은 나에게 친구이자 소통의 창구였고 의지의 대상이었다.

아이가 둘이 있어도 아이들보다는 친구인 남편의 소통이 더 위로가 되었다. 낯선 지역, 아는 사람 없는 양구에서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그림을 그렸지만 이 또한 어느새 사그라들고 요즘엔  붓조차 들기 싫어지는 나를 마주한다.

 ‘ 정신건강센터를 방문해 볼까? 여성마음 상담전화를 해볼까?  글을 써볼까? ’

참 많은 고민과 생각, 포기와 시작을 반복했다.

이윽고, 지금의 내 상태를 글로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 책을 검색해 보고 도서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10개의 제목을 써놓고 글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잘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문득, 아이들이 앞가림을 할 때까지 키워주면 좀 홀가분하고 편안해질 수 있을까를 떠올려본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공허하고 불안을 마주하는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듭 생각해도 이 우울함은 친정엄마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나를 믿어주고 의견을 존중해 주었던 엄마였지만 늘 내게 남편과 시댁에 관한 신세 한탄을 했다. 엄마가 신세 한탄을 할 때마다 어렸던 나도 같이 우울해졌다.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은 작은 슈퍼를 했다. 그 사실을 나는 숨겼고 부끄러워했다. 그 시절 엄마는 쉬는 날 없이 슈퍼를 지키며 일하셨고 나에게 이 감옥에서 자신을 꺼내달라는 말을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고성이 오가는 부부싸움도 잦았었다. 해결할 수 없어 울고 있는 내가 여전히 내 몸 안에 있는 거 같다.     

 나의 우울은 치유될 수 있을까?

 글쓰기로 마음을 드러냄으로, 이 우울을 다루고 치유하고 싶다.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글쓰기로 나의 우울이 치울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깊은 상처까지도 들여다볼 용기를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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