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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Harang Feb 26. 2024

사춘기 딸을 대하는 자세

사춘기에 대하여...


 2010년 3월, 2011년 8월에 18개월 차이가 나는 연년생 딸 둘을 낳았고

어느덧 14년 차 엄마가 되었다.


 첫째 아라는 뭐든지 빠르게 시도했고 아이도 잘 따라주었다.

비록 1살 차이지만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유독 둘째를 육아할 때 기쁜 마음이 컸다.

존재만으로도 나의 피로를 씻어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랬던 아린이의 사춘지가 꽤 독하게 시작되었다.

 아린이는 3~4학년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유튜브나 책으로 난도가 높은

마카롱이나 케이크, 디저트등을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어린이 쿠킹클래스는 수준차이가 나서 시시하고 성인클래스는 나이가 안돼서 못하는 어중간한 수준이었다. 아린이가 혼자 요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긴 사진첩이 제법 두껍다.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좋아했던 친구들과 이별 앞에서도 의연한 아린이었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히 있어서 외롭지 않은 것이다.

그랬던 아이가 6학년이 되고 자기는 60수 티셔츠만 입겠다며 주야장천 한 옷만 입고 다녔다.

심지어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그동안 사두었던 요리도구와 오븐에 손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되었고 하루종일 방문을 걸고 나오려 하지 않자 그 모습에 답답해하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매일 물어봤다.

어느 날 아린이는 “ 검도나 합기도 운동을 하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해 그 길로 주변에 묻고 검색을 했다.

검도장은 없었고 근처에 합기도 체육관이 있었다.

아린이의 나이대는 저녁 마지막 시간이라 시간이 너무 늦어 망설였지만

 아이의 의욕이 커서 할 수 없이 등록시켰다.

 그 일이 화근이었을까! 아린이는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아빠의 성향을 닮아 너무 열심히 다녔다.

심지어 합기도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겨울이 오자 해가 짧아졌고 아이가 끝나는 시간에 기다려 봤더니 또래 합기도를 배우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30분이 점차 60분이 되더니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불안해진 나는 아이와 이야기를 통해 합기도를 그만두게 하고 싶었다.

아린이는 그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대화의 시도 도차 어려웠다.

부정교합이라 교정을 시작해야 하고, 교육비의 압박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왜 합기도를 그만둬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득했다.

그러나 아이는 전혀 안 통했고 영어는 물론 지금껏 하고 있는 구몬 학습지를 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이와 그렇게 매일매일 실랑이로 지쳐가고 속이 많이 상하던 나날이었다.

오후 8시간 넘은 어느 날, 아이가 문자를 보냈다.

합기도 친구가 집에 가는 버스를 놓쳐 같이 기다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혼을 냈다.

아이는 돌아왔고 남편에게 아이와의 대화를 부탁했다. 30분 이상 대화 가 오갔고,

사춘기의 알 수 없는 논리로 자기 의견을 반박하던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지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결국엔 합기도를 끊게 했다. 이후, 합기도 가는 저녁 시간에는 제 방 안에서 불을 다 끄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누워 저녁밥도 며칠 동안 먹지 않었다.

사춘기가 걱정과 논란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자식으로 인해 생각하지 못한 걱정과 관계로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이어졌다.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 시작되어 삶의 기쁨이었던 아이가 내 근처도 오지 않게 되었을까?’

어쩌다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 나는 자책과 답답함에 아이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아린이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시간이 약인지, 요즘 아린이는 합기도 가는 시간에 저녁밥을 먹고 서서히 요리도 하고 지낸다.

난 아직도 아린이를 잘 모르겠고 앞으로 알 수 없을 거 같다. 딸아이와의 관계가 이토록 어려워질 몰랐다.

아린이의 부모로서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사춘기 딸을 대하는 자세!


나는 여전히 아프게 배워가는 중이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사춘기들...

나는 뒤에서 티... 안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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