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체류시간에 대한 고찰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회의에서 미션이 주어졌다.
사용자의 앱 체류시간을 늘려보자는 목표.
앱 체류시간은 지표로써 어떤 의미를 가질까? 조직마다 상세하게 보는 중점 지표들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사용자의 앱 활동성 또는 의존도를 측정하기 위해 다음의 지표들을 보고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앱 활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
1. 특정 기간 동안의 활성 유저 수
DAU(Daily Active User): 하루 동안의 활성 유저 수
WAU(Weekly Active User): 한 주 동안의 활성 유저 수
MAU(Monthly Active User): 한 달 동안의 활성 유저 수
2. 사용자 고착도(User Stickiness)
DAU/MAU: 하루 동안의 활성 유저 수를 한 달 동안의 활성 유저 수로 나눈 값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앱에 대한 사용자의 고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3. 리텐션(Retention Rate)
특정 기간 동안 앱 또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 및 방문을 '유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값
4. 이탈률(Churn Rate)
특정 기간 동안 앱 또는 서비스를 '이탈'한 사용자의 비율을 측정하는 값
5. 앱 또는 서비스의 체류시간(Duration Time)
특정 기간 동안 앱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값
이 외 기타 등등.
이 중에서도 오늘은 미션으로 주어진 “앱 또는 서비스의 체류시간"에 관한 생각을 적어보기로 한다.
특정 페이지를 기준으로 외부로부터 인입한 시점부터 해당 페이지를 이탈하기 까지의 시간을 측정한 것을 (특정 페이지에 대한) 체류시간이라고 한다. 체류시간에 대한 지표는 별도의 로그데이터를 심어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 구글 애널리틱스(GA)와 같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툴에서 설정하여 측정하고 있을 것이다.
체류시간을 측정할 때의 특이사항이라면 일반적으로 "보안"과 같은 이슈와 필요에 의해 사용자의 “세션”을 특정 시간만큼 제한하고 있어(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세션이 유지되는 시간은 대부분 '30분' 정도) 체류시간은 세션의 수를 고려하여 계산하게 된다. 예를 들면, 평균 체류시간은 총 체류 시간을 총 세션 수로 나눠 계산한다.
사실 체류시간 자체를 중점지표로 보기 위해 측정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체류시간은 사용자의 참여도(engagement) 또는 앱에 대한 충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보조지표 중 하나로, 사용자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서비스에 머무는지를 측정하기 위함이다.
DAU, WAU, MAU와 같은 활성 유저 수는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측정되기도 하고 광고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사용자의 실질적 앱 사용률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참여지표들을 함께 보게 되는데 체류시간은 그 중 하나이다.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 즉,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고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이러한 서비스 내 체류가 사용자의 지불의사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체류시간을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지표들은 서비스가 현재 사용자에게 소비할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뱅킹으로 대표적인 서비스인 '토스'와 '카카오뱅킹'은 다른 온라인뱅킹 어플리케이션 보다 서비스 체류시간이 짧다고 한다. 이는 사용자의 참여도 또는 충성도가 다른 온라인뱅킹보다 낮음을 의미할까? 당연히 아니다.
온라인뱅킹은 사용자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앱에 방문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자의 서비스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해석된다.
그럼 어떤 서비스들이 사용자의 앱 체류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할까?
3-1) 비즈니스모델 또는 수익의 원천이 '콘텐츠 소비'에 있는 서비스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모델 또는 수익의 원천이 '콘텐츠 소비'에 있는 서비스들은 체류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오래 머물며 콘텐츠를 많이 소비할수록 콘텐츠이용권을 해지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광고 소비가 수익 모델인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만들어야 광고를 소비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들도 체류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자가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용자가 소비한 콘텐츠의 갯수를 보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A 사용자가 소비한 콘텐츠의 갯수로는 10편의 영화를 소비했지만 실제로 끝까지 시청한 영화는 1편도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사용자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콘텐츠를 소비했는지에 대해 함께 측정하게 되는데, 광고와 같이 콘텐츠와 함께 소비되는 요소들이 있다면 실제로 광고가 소비 된 시간을 별도로 측정할 수도 있지만 앱에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얼마나 긴 시간을 체류하며 광고가 소비될 확률을 높였는지에 관해서도 광고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보조지표로써 활용된다.
3-2) SEO를 고려하는 서비스들
또한 검색포털을 통해 많은 사용자들이 자연유입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콘텐츠의 SEO를 고려하게 되는데, 이 때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검색 포털에서는 해당 콘텐츠의 사용자 체류시간이 길수록 신뢰할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콘텐츠라고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류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앱은 체류시간 자체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 개인적으로는 사용자의 체류시간 자체가 목표로 설정되는 건 '실질적인 효과가 없지 않을까'라고 감히 생각한다.
일부 서비스들이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영상처럼 오래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삽입하거나, 더 긴 길이의 텍스트를 담아 콘텐츠를 발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늘린 체류시간은 사용자들의 충성도 또는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해석되기보다는 말 그대로 '체류시간'만을 의미하지 않을까? 길어진 체류시간을 통해 '어딘가(예를 들면 광고주)'에게 어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사용자들에게 줄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체류시간이라는 목표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체류시간을 늘어나려면 근본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를 목표로 수립한다면 체류시간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정말 원해서, 진짜 좋아하는 콘텐츠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 콘텐츠 소비를 늘리고 이로 인해 체류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면 그러한 목적 아래 체류시간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KPI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더 쉽게 발견하여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추천 서비스를 기획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소비한 사용자가 이탈하기 전 또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여 사용자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자연스레 체류시간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체류시간은 목표지표 자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실 체류시간에 관한 미션이 아니었다면 측정 툴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몇 가지 보조지표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실 지금도 보조지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체류시간이라는 지표가 '저절로' 늘어나기 위해 근본적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고민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앱.
사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서비스.
이 목표는 모든 기획자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임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