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태도는 결국 당신의 관상이 된다

by 꿈꾸는 나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는 말은 참 잘 지어졌다. 이 문장은 내게 일종의 브레이크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왜 짜증이 나는지, 왜 말끝이 날카로워졌는지 잠시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십수 년 동안 은행 창구에 앉아 수많은 고객을 마주하면서부터였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감정이 교차하는 그 좁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얼굴을 지나 보내다 보니 묘한 규칙 하나가 보였다.


늘 화가 나 있는 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고 상황이 조금 나아져도 그 특유의 말투와 기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대로 늘 웃는 사람도 어딘가 정해져 있는 듯했다. 기다림이 길어져도, 원하는 답을 바로 듣지 못해도 그들은 쉽게 날을 세우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성격 차이라 여겼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성격이라기보다 '여유'의 문제처럼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란 결코 돈이 넉넉해서 생기는 풍요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황을 전부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의 근력, 시간이 조금 어긋나도 내 자존심까지 흔들렸다고 느끼지 않는 단단함이다. 물론 경제적 결핍은 사람을 급하게 만든다. 조급함은 판단의 시야를 좁히고, 좁아진 판단은 요동치는 감정을 여과 없이 태도로 밀어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 모두가 거칠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넉넉하지 않아도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있었고, 충분히 가진 것처럼 보여도 늘 분노의 전조등을 켜고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거칠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부족이라기보다 오래 지속된 여유의 부재인지도 모른다. 숨 돌릴 틈 없이 늘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상태가 길어지면 감정은 너무나 쉽게 태도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괴롭히며 짜증 나고 화날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의 죽음이나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처럼 삶의 뿌리를 통째로 흔드는 인생의 중대사라면 모를까,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일은 사실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핍의 상태에서 사소한 일조차 생존의 문제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창구 바깥의 사람들보다 내 안을 먼저 들여다본다. 지금 나는 지쳐 있는지 혹은 너무 예민한 상태는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 하나가 기분과 태도 사이에 아주 얇은 틈을 만든다. 십수 년 동안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며 알게 된 진리는 명확하다. 상황은 반복되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태도 또한 반복되며, 그 반복은 결국 지울 수 없는 한 사람의 얼굴이 된다는 사실이다. 창구에서 마주한 노년의 얼굴들은 그들이 살아온 수십 년의 태도가 구워낸 정직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분이 나의 태도가 되지 않도록 나만의 인상을 지키기 위해 한 박자 늦게 말하려 한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이전 28화어려운 책은 날 위로하지 않지만, 나의 세계를 넓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