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를 찾기 위한 두 번째 여행
마흔에 들어서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어릴 적, 내게 마흔은 제법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마흔쯤 되면 인생의 여정에서 굵직한 성취와 안정이 자리 잡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너무 다른 그림이 펼쳐져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은 봄의 찬란함을 지나, 초록의 여름을 향해 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그리던 삶의 풍경을 다시 그려나가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진 뒤로 내 인생의 여행 계획은 새로 세워야만 했다.
내 인생의 십 대까지는 수동적인 삶이었다. 막내로 자라 누군가가 돌봐준 대로 살았던 터라, 나의 선택과 의지가 필요 없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수동적인 삶이 나를 많이 가두었던 것 같다. 정서적으로 온전치 못했고 항상 누군가에게 기대어야만 했던 때. 내 생각이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십 대는 처음으로 '집'이라는 울타리, 부모님의 보호에서 벗어난 시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갇혀 있었고 생산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한 걸음 남은 상태였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홀로 독립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친언니와 살기도 하고 잠깐은 친구와 같이 지내기도 했다. 그 시절에는 내가 사는 곳이 온전히 내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잠시 머무는 장소일 뿐, 부모님의 집이 나의 근거지라고 여겼다. 이십 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과도기의 시기였다.
삼십 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내 공간의 독립성과 정체성이 다져지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것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까지 감당해야 하는 험난한 10년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때가 내 인생의 겨울이었을까? 삼십 대 초반,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앞두고 심사숙고하지 않았던 탓에 나의 삼십 대 대부분은 혹한기였다.
무너짐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하지만, 나는 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순간이 새로운 시작임을 믿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다지고 있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여정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희망의 빛을 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