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42. 20190703

by 전영웅

너의 블로그를 보면 마치 거대한 메신저, 문자 같다. 물론 이것은 어른인 아빠의 시선이다. 블로그의 페이지마다 글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을 가진 어른의 시선이다. 그러니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는 개인 페이지이니 보는 사람들이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만 받지 않는다면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활용을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네가 레고 사진을 찍고 스토리를 만들어 올렸을 때, 아빠는 네가 나름 블로그를 활용할 줄 아는구나 싶어 흐뭇했다. 네가 그린 사진을 올리거나 네가 먹는 음식 사진을 올릴 때, 블로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며 SNS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포스팅이 점점 줄어들고,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페이지를 채우는 일이 많아지는 이유는 아마도 바빠서라고 생각된다. 새벽부터 학교에 가야 하고, 다녀와서는 과제를 해야 하는 공간을 찾는 데다, 집에서는 여유 있게 블로그에 신경 쓰기엔 눈치가 보일 것이다. 그러니, 금요일이 되어서야 마치 눌렸던 스프링 튀어 오르듯, 단 한마디가 적힌 블로그 페이지가 포스팅되는 것이다.


아빠가 이전에도 이야기를 했었다. 블로그는 글과 사진 등등이 뒤섞인 긴 내용을 올리기 좋은 공간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기 좋은 공간이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 내가 올렸던 이야기들, 사진들을 찾아서 다시 돌아볼 수 있고, 정보를 저축해두어 나중에 활용하는 공간이 블로그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너의 지금 포스팅들은 너무도 의미 없는 말들만 쌓여가고 있다. 주기적으로 적당한 내용이 담긴 포스팅을 이어가면서, 포스팅이 늦거나 빠져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는 포스팅 말미에 살짝 끼워 넣으면 될 일이다. 사실 네가 포스팅을 하고 못하고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친구는 많지 않다. 그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레고 스토리처럼, 적당한 내용이 담긴 포스팅이 아니라면, 블로그에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려고 짧은 몇 마디 올리는 것은 페이지의 낭비나 다름없다.


채팅방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카톡의 문자처럼, 가볍고 단순해서 읽고 반응하기 좋은 공간이다. 이 곳의 문제는, 너무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시로 대화에 참여하고 반응해야 하는 분주함이 일상에서 네가 해야 할 일들과 겹치면 정신이 산만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엄마가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일상의 해야 할 일부터 챙기고 채팅이나 블로그를 관리해야 하는데, 너는 아직 그런 조절에 익숙하지 못하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것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어른들의 일방적인 통제도 그렇지만,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언지를 잊어버리게 된다. 당장의 즐거움이나 흥미는 너를 괴롭히는 일상의 모든 것을 잠시 잊게 해 주지만, 그게 지나치면 마치 마약처럼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마약은 당장 즐거움을 주지만 몸을 망쳐버리듯,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너무 몰입하면 당장은 즐거워도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 수 있다. 현피라는 말이 어째서 생기고, 어째서 실제로 일어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아빠는 네가 그렇게까지 빠져들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는 네 옆에서 너무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SNS 가능 연령은 14세 이상이다. 아빠는 이 기준을 지켜서 너도 나이가 차면 SNS 사용을 허용할 것이다. 지금 너의 블로그를 보면, 블로그라기보다는 SNS의 단순함과 가벼움에 더 어울린다. 블로그의 활용과 SNS의 활용은 조금 다르다는 점을 너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아직은 할 수 없는 그것에 대한 열망이 지금 너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만 기다리면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어떻다는 것을 경험하고 느껴가면 좋겠다. 그 안에서의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일이, 현실에서의 그런 감정보다 훨씬 가볍고 의미가 덜하지만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네가 인터넷을 조금은 성숙한 마음으로 자유로이 활용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해라. 엄마 아빠의 세대가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고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자랐고, 때로는 엄마 몰래 오락실을 드나들었듯이, 너희 세대의 인터넷은 그런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놀이터에서 다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게 놀이법을 연습하듯, 천천히 너에게 주어진 블로그라는 가상의 공간을 잘 활용해보길 바란다. 옆에 있는 엄마와 사촌남매들의 눈치는 조금 볼 줄 아는 센스도 함께 가져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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