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그곳에서 마지막 학교 수업을 받고 있겠지.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너의 학교 물품들을 챙기고,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너의 학생증과 엄마의 학부모 카드를 반납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았던 그곳에서의 학교생활을 끝내게 된다. 아쉽고, 허전한 마음일 너에게 아빠의 다독이는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무사히 그 시간을 보내 준 너에게 아빠는 고맙고 축하한다 인사를 보낸다.
아빠는 네가 그간 경험한 새로움, 자유로움,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어 간 성장을 존중한다. 그것은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좋은 추억이자 생각의 바탕이 될 것이다. 그것이 너의 마음 한편에 오롯하게 남아 너를 합리적이고 성숙한 인간으로 움직이도록 도울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배움과 경험들이 앞으로도 너에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의 성장과 아빠라는 존재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너와 나는 각각 개별의 인격이지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인격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 잘 익은 사과가 나무에서 자연히 떨어지는 시기가 있듯이, 네가 자연스레 집을 떠나야만 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 몸을 맞대고 바라보며 교류를 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빠는 어릴 적 그래야 하는 시기를 잘 지내지 못해 약간의 모순과 혼란을 겪었다. 너를 그곳에 보낸 이유는 너의 삶과 바탕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마주 보고 부딪히며 보내야 할 시간 역시 중요함을 깨닫는다. 물론, 이 깨달음은 너의 모습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빠는 조금 힘들었고, 세상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 어째서 그리 슬픈 모습들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너를 기다리며, 아빠는 요즘 낚시를 하고 있다. 네가 먹고 싶다던 아빠의 생선요리를 위해서다. 너는 오늘 수업을 마치면, 짐 정리를 하고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올 것이다. 아빠는 그 시간 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낚싯대를 던지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네가 온다는 기쁨, 너를 맞이할 잔치를 준비하는 기대, 그것은 요즘 일이 많아 바쁜 병원의 피로를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커다랗다. 네가 집에 오는 주말이면, 아빠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밝고 아름다울 것만 같다.
집에 오면 잠깐의 쉼의 시간을 가지다, 중학교 진학에 대한 준비와 고민을 해야 한다. 조금은 느긋하게 쉬라 말하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쩔 수 없다. 진학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는 너의 자유로움과 성장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네가 경험할 교육환경과 네가 선택하는 모든 것에서 큰 무리가 없다면 너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거기에는 너의 노력이 필요하다. 겪어야 한다면, 겪어내는 노력이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하다면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학생 과정 이후부터는 이전보다 좀 더 구체적인 몸부림이 필요하다. 부탁이자 조언을 하나 한다면, 너는 그 몸부림의 의미와 실천을 남들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주는 이제 충분히 추워졌다. 네가 오면 급격한 날씨 변화에 조금 힘들어할지 모르겠다. 오자마자 독감접종부터 할 것이고, 이제 네 계절이 분명한 너의 집의 날씨부터 적응해야 할 것이다. 적응의 시간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길 바란다. 당분간은 그렇게 좀 쉬어라. 그전에, 조심히 잘 건너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