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도착하고 난 후 너의 문자에는 왠지 여유가 느껴지더라. 너의 여유에 아빠는 몸이 조금 힘들어졌지만,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곳에서의 잠정적으로 마지막이 될 시간들을 잘 지내고 있겠지. 엄마가 옆에 있으니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말이다. 아빠는 이번 주는 병원일로 무척 바빴다. 다음 주엔 너를 맞이할 준비로 조금 분주해질 것이다. 너를 기다리는 일이 즐겁고 설렌다.
아빠는 여전히 너의 말들 행동들, 들리고 보이는 것들에 말을 해야 한다. 사실 이 편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와의 대화를 위한 목적이었고, 동시에 아빠가 너에게 인생의 긴 안목을 두고 해 주고자 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네가 오면 이 편지는 마무리될 것이고, 다른 방식이나 형식으로 너에게 전달이 되겠지.. 대화는, 그리고 무언가의 전달은 엄마 아빠와 너 사이에 끊임없어야 하니 말이다.
아빠가 보기에 너는 여전히 협상 또는 의견 조율에 대해서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 네가 요구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하게 이루어질 거라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어쩔 수 없거나 완벽한 합리를 갖추고 있다면, 듣는 상대는 군말 없이 너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네가 바라는 것과, 바라는 것의 결과는 항상 같지 않다. ‘네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으면서.’라는 표현은 그래서 이치에 맞지 않다. 엄마 아빠는 ‘네가 바라고 요구하는 것’을 항상 들어주려 애썼고, 대부분 그렇게 해 주었다 생각한다.
너의 생각과 엄마 아빠의 생각에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너의 요구 그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욕심 때문이거나, 너의 요구를 가지고 엄마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와 토론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사실, 너의 요구가 발생하고, 이후로 엄마 아빠가 너의 요구에 대해 조건을 제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의 요구가 합의를 통해 변형된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결론 난 상태에서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너의 욕심 때문인 것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엄마 아빠에게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타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협상과 토론을 할 때엔 너의 의지가 최대한 관철되도록 충분하고 밀도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고, 합의가 마무리되면 그 이후로는 결과를 수용하고 더 이상의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믿을 수 있고 깔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자면, 네가 주장하는 요구는 타인이 얼마나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인지, 너에게 얼마나 절박하거나 필요한 것인지, 요구는 논리나 합리를 충분히 담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한 후에 입 밖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사실 단 한 번에 갖추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겪어보며 훈련해야 한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요건은 선천적인 요인들도 어느 정도 존재해서, 눈치껏 재빠르게 파악해서 말을 하는 사람과, 조금은 노력해서 훈련되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너는 아빠를 닮았다면 후자에 가깝다. 네가 살면서 항상 의식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가능하다. 노력이란, 세상의 성공 따위를 바라며 달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수시로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노력이다. 그것이 공부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빠의 말을 일단 들어두어라. 네가 절실히 깨닫고 돌아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제주는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한다. 라이 녀석 털이 북실해졌다. 오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쨌든 다음 주를 기대한다. 너를 만날 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