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59, Epilogue 2. 20191229

by 전영웅

도구로서의 영어는 네가 앞으로 살아가며 접할 수많은 기회를 좀 더 폭넓게 해 줄 것이다. 너의 활동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좀 더 넓은 환경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언어는 하나의 토대라는 것이다. 언어를 잘한다고 해서 네가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언어는 하나의 기본으로서 너를 좀 더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는 의미이다. 비유하자면, 싸움에 나서는 장수가 다양한 무기를 가지는 것이다. 근접전과 원거리 싸움에 사용되는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쓰는 장수라면, 다양한 상황에서 유리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며, 네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너의 기본으로 갖출 능력들, 그러니까 네가 익숙하게 다룰 무기들과 같은 것이다.


언어와 교양, 이것은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너를 돋보이고 너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책을 읽어 간접 경험을 쌓고, 경험을 쌓아 좀 더 폭넓은 이해와 시야를 갖추는 일은, 쉽게 말해 이기적인 사람이 되거나 꼰대가 되는 일을 막아준다. 아빠가 너에게 성적을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가 원하는 공부만으로 사람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가 하늘 높이만 자라는 가냘픈 나무로 키우는 일이라면, 교양은 두껍고 튼튼한 기둥같이 자라는 나무로 키우는 일이다. 성장이야 조금 늦겠지만, 키는 결국 같아지기 마련이다.


아빠는 네가 마냥 풍요롭고, 마냥 행복하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사람은 상처를 입어 조심하는 법이다. 상처라는 경험도 사람을 성장시킨다. 너는 스스로 경험을 쌓아가며 네가 틀리고 실패하는 자잘한 상처들을 입어야 성장할 수 있다. 너는 이제 점점 많은 면에서 스스로 행동하고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 아빠는 너를 그렇게 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네가 앞으로 겪을 수많은 굴곡들은, 다른 사람들을 작게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성장하는 법이다. 그렇게 네가 폭넓은 시선과 단단한 토대를 가지게 된다면, 네가 무얼 하든 자신 있게 앞으로 발을 내딛고 주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힘을 가질 것이다. 아빠는 네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스스로 단단해져야 하고, 나에게 자신이 생겼을 때, 사람은 다른 이들과 온전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좀 어렵겠지만, 나의 부족함을 메우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메워주려 사람을 만난다면, 그런 관계는 대부분 불행하게 마무리된다. 어떤 관계에서든 너는 너로서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네 옆의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은 네가 어려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고 눈치도 봐야 한다. 바라는 것은, 이제부터 이 말을 의식하고 어떤 의미인지 찾아나가라는 것이다. 네가 점점 성장하면서 삶의 순간순간, 아빠가 한 말을 떠올릴 때가 있을 것이다. 부디 그런 순간에,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길 바란다.


아빠는 너와 떨어져 있을 때 너를 좀 더 잘 볼 수 있었고, 아빠의 마음 역시 잘 돌아볼 수 있었다. 적절한 거리감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아빠 역시 독립적인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럴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너를 바라보고 있음을 기억해라. 그것은 아마도 엄마 아빠의 생이 끝날 때까지 그러할 것이다. 너를 생각하고 너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 엄마 아빠는 네가 할 수 없지만 너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네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도록 바라보고 돕는다. 그 안에는 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스며 있다. 이 편지 역시 아빠의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너에 대한 편지를 마무리한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너는 이제 제주에서 공부를 이어나갈 것이다. 가까이서, 좀 더 성장하여 새로워지고, 몸과 마음이 점점 변화하는 너와의 관계가 기대된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과, 가까이서 직접 지켜보는 것은 조금 다르기에, 아빠는 이제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너에게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려 한다. 이제까지 아빠의 어려운 편지를 읽어주어 고맙다. 네가 당장 아빠의 말들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네가 살아가면서 어느 날 이 편지들을 다시 읽어본다면, 아빠의 생각들을 점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써내려 왔다. 이 역시 너의 문제이며, 아빠의 이 편지가 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욱 고마울 것이다.


뉴욕의 풍경이 어땠는지, 일주일 후면 너는 돌아와서 아빠에게 이야기를 해 주겠지. 그곳에서 네가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했듯, 아빠도 너의 모습이 그립다. 그렇게 우리는 좀 더 단단해질 것이다. 너를 다시 보게 될 날을 손꼽으며 기다린다. 너는 단단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빠를 안아줄 것이다. 너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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