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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바라 Aug 10. 2019

<해리봉의 영혼탈출>#11. 새로운 아침, 그러나...

사춘기가 코 앞인 삼춘기 초딩의 영혼 체인지 SF 어드벤처



   “I can show you the world~”

   “해리야, 아침이야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오늘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알라딘 ost로 나를 깨운다. 잠결에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 꿈틀 꿈틀 잠에서 깨려고 하는데 엄마가 내 발을 주물러주신다.


   “좋은 아침~ 얼른 일어나서 해리가 좋아하는 책 읽고 학교 가자”


   엄마는 이제 나를 30분 일찍 깨운다. 30분 동안 어젯밤에 읽던 책을 마저 다 읽는다. 식탁으로 나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쌀국수다!


   "해리야 이거 먹고 학교 가자~"


   엄마가 차마 아침으로 라면은 못 주겠다면서 타협점으로 찾은 게 바로 쌀국수다. 쌀국수를 호로록 먹다보니 지난 여름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 갔던 생각이 난다. 하루 세 끼 다 쌀국수를 먹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베트남에는 스모 선수가 없을까? 베트남 사람들은 다들 말랐으니까 쌀국수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거겠지?


   쌀국수 생각을 하다보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오늘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야지. 발걸음이 가볍다. 고무신을 신었더니 날아갈 것 같다. 역시 엄마는 내 맘을 잘 안다니까!


   학교 가는 길, 놀이터를 지나자 저 멀리 로빈이가 보인다. 

   “로빈아, 안녕!!”

   그리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경비원 아저씨도 보인다. 

   “안녕하세요!”


아, 평소의 나와 다른데? 엄마와 영혼이 바뀌고 나서 나에게 ‘인사 능력’ 기능이 탑재 되었나보다. 이상하게 사람들을 보면 인사가 막 튀어나온다. 각시탈의 부작용인가? 그동안 인사하는 게 정말 어색하고 부끄럽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숨어버리고 싶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당당하다.

   로빈이가 “해리야~~ 같이 가자!!”

   경비원 아저씨가 “녀석, 학교 잘 다녀와라~”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신다. 인사하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니. 아침이 상쾌하다. 교실에 가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했더니 선생님께서, 


   “해리가 아침에 아주 좋은 일이 있나보구나. 해리가 반갑게 인사해주니까 선생님도 기분이 좋네” 하신다. 친구들도 서로 앞다투어 내게 말을 건넨다. 


   먼저 인사한다는 건 ‘너와 소통하고 싶어, 너의 존재가 날 기쁘게 해’ 이런 거구나. 자꾸 인사를 하다보니 습관처럼 내 고개가 끄덕, 인사를 한다. <라이온 킹>에 나온 ‘하쿠나 마타타~’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아침에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건 ‘하쿠나 마타타’, 걱정 마 잘될거야- 하고 나한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는 거구나. 모두들 하쿠나 마타타~~


   그리고 1년 후… 나에게 예쁜 여동생 태리가 생겼다. 그리고 태리가 아장아장 걸어다닐 무렵 내 방 서랍장 속에 깊이 숨겨놓은 각시탈을 찾아냈다. 거실 쇼파에서 책을 읽던 내가 얼른 뛰어가며 외쳤다.


   “태리야! 봉태리!! 그건 안돼!”


   태리 등에 손을 대는 그 순간... 파박! 이상한 정전기가 나면서 잠깐 1초? 2초? 정전이 된 것처럼 앞이 깜깜해졌다. 뭐지 이 익숙한 느낌?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으악 기저귀다!!!! 하필이면 기저귀 차고있는 돌쟁이 아기랑 영혼이 바뀌다니!!!’ 



키도 더 커지고 살도 빠진 멋진 내 몸, 봉해리가 씨익 웃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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