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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May 27. 2022

대충 할 거면 창업하지 말아야 해

권도균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프로덕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 책을 다 읽고, 창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창업이란 내가 생각하는 헌신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영역인 것. 그렇지만 어쩐지 끌린다.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큰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란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아이디어, 아이템, 솔루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고객의 문제 해결 여부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준 귀한 책이다. 사실 책 전반이 창업가를 혼내는 내용이다. 누구에겐 불편할 수 있는 책이지만 나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아, 대충 할 거면 창업하지 말아야겠구나", '헌신', '희생', 이런 것을 내가 감당할 깜냥이 될까? 아 그럼에도 하고 싶으면 어떡하지. 그렇다면... 일단 내가 지금 몸 담은 조직에서 창업가처럼 일하면서 성공의 감을 뼈에 새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초격차를 내면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으로, 임팩트를 내는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이게 무슨 끔찍한 혼종이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일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그 일이 회사나 고객 모두에게 이롭고, 세상에 이로웠으면 좋겠다. 그냥 단순히 일을 "잘"한다는 영역을 넘어서 "탁월하게 잘" 하고 싶다. 하지만 일이란 게 내가 잘난 맛에 취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좋은 동료, 문화, 시스템이 필요하지 뭐. 개인 수준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것... 얼핏 들으면 건방진 뉘앙스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여기서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한 사람이 계몽주의에 취해 홀로 전체를 감당하고 캐리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더십의 언어로 따지면, 내가 추구하는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 (Servant leadership)'에 가깝지 않을까. '나'를 주인공으로 두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공'을 우선시 여기며 조직 전체의 목표 달성을 돕는 사람이... 오랜 사유 끝에 내가 회사에서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대전제는 내가 응당 해야 할 일에서 탁월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 성과 란게 절대 혼자 낼 수 없지, 동료의 협조적 태도가 필수다. 이런 협조적 태도를 어떻게 이끌어 내? 내가 신뢰할만한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동료도 협조적으로 동참하지. 더불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적게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는 두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하는 '연장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이미 하고 있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변곡점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이 앞에서 말한 조직의 '대포'와 같은 사람이다. 많은 CEO들이 후자를 선호하고 전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연장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중요하다. 후자는 소수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다수의 성실한 전자는 회사의 성장을 지켜갈 것이다.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도 최고의 처세술로 인정해야 한다.(p.199)" 


책에서 말하는 두 종류의 사람 중,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후자인 것 같다. 하지만 '연장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못마땅해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추구하는 서번트 리더십에 멀어진다. 이 두 종류의 사람 중, 누가 더 중요하냐는 크게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앤디 그로브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나온 이야기를 한번 공유해본다. 


"... 이러한 가치관이 작동할 때는 '신뢰'와 같은 감정적 단어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원 모두가 공통적인 가치관, 공동 목표, 공동 수단을 공유한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로가 공통적인 경험을 풍부하게 공유해야만 생겨날 수 있다." 


멜팅팟 조직이 아니라 샐러드볼 조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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