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아."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한 번도 우리의 이야기를 누군가 제대로 들어준다거나,
우리의 목소리로 무엇인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그래서 들어보려합니다.
청년view가 만난 우리들의 목소리, 거리에서 만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정치질 하지마!"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여기서 ‘정치’는 자신의 업적을 두드러지게 표현해서 자신의 위상을 높아지게 하거나 잘못의 탓을 특정인에게 돌려 책임을 피하는 행위를 응축해서 표현하는 말이다. 각종 매체에서 보도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일리가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정치의 가장 기초적인 사전적 정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우리 삶 속 모든 곳에 ‘의견 차이’와 ‘이해관계’는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필히 존재한다. 정치는 매체에 나오는 특정 집단만이 독점하고 있는 행동이 아니며 여의도나 청와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자기 자신만을 부각시키거나 남을 비하해서 지위를 얻는 것도 온전한 의미의 정치행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 다양한 청년들이 생활 속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정치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나는 다양한 의견을 보고 싶어서 정치합니다
“여자친구와 4년 동안 만나면서 제가 데이트코스를 짜서 여자친구한테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그곳으로 정해요. 여자친구가 고집이 센 저한테 맞춰주기 힘들어서 초반에는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 맞춰주려고 하니까 거의 안 싸워요. 똑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얘기하면서 서로 맞춰 나가는 게 맞죠.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선택권을 줌으로써 같이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정치합니다
“자기가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에서 아이들과 약속을 쉽게 안 해요.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2개나 먹으면 안 되는데도 아이 아빠가 사주겠다고 약속했으면 꼭 지키라고 해요. 귀찮다고 ‘나중에 사줄게’라고 하면 그걸 애들이 다 기억해요. 그래서 아빠한테 쉽게 약속하지 말고 약속했으면 꼭 지키라고 해요.”
나는 페달을 밟으며 정치합니다
“20살이 되고나서 이제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해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미가 자전거 타기라서 세계 장거리 레이스에 참가했어요. 600km 레이스를 스스로 완주해낸 이 경험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자전거 라이딩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 ‘세월호 사건 추모’, ‘에너지와 환경 지키기’ 같은 주제를 붙여 ‘소셜라이딩’ 이라는 걸 하고 있어요. 자전거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정치합니다
“요즘은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 알바생들이 일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당신의 노동은 시급 6030원보다 소중하다’고 전하고 있어요. 이번 6월에 진행되는 최저임금 결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도 하고요.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그 분들의 진짜 삶, 감정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청년 노동자분들과 조합원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저희 활동의 중요한 원동력이에요.”
나는 인정받기 위해 정치합니다
“요즘은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주도적으로 일을 풀어나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하는 팀에서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고 있어요. 팀에서 제 나이가 가장 어려서이기도 하고요. 제가 먼저 꺼낸 말이 다른 사람에게 강제적이라는 느낌을 주거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들릴까봐 조심하고 있죠.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창업을 준비할 때 정치합니다
“창업이라는 과정은 어차피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사업적으로 무언가를 주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저는 제가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감정적으로 불편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거든요. 최대한 팀원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나는 모지리라서 정치합니다
“비오는 날 사람들에게 우산을 빌려주면서, 빌려준 우산을 마을 사람들과 같이 쓰겠다는 서명을 받는 ‘우산 같이 쓰기 프로젝트’를 기획중이에요. 팀원은 4명 정도 있는데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때마다 서로 합의점을 찾아요.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일단 합의점이 만들어지면 그대로 진행해요. 누구하나 잘나지 않았고 다 같이 못났다는 걸 인정하고 함께 갔으면 해요.”
나는 늘, ( ), 사쁘나를 만날 때 정치합니다.
“숨 쉬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여기 앉아 있고 청년공간이 여기 있다는 것도 정치인데 다들 어려워하시는 거 같아요. 의사결정 구조는 아메리카노를 먹을까 말까 결정할 때같이 사소한 데서부터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의사결정 구조를 잘 참여하려하지 않아요. 관심도 없고. 자기의견 안내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굉장히 위험한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늘 ‘왜 투표안하니?‘ 같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데 요즘은 저도 지쳐요.”
“그래서 저는 사쁘나 만날 때 정치해요.”
“저는 사쁘나처럼 늘 정치한다는 말이 와 닿지 않아요.
그렇다고 정치를 안 하는 것도 아니라서 빈칸을 채우기가 어렵네요.”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정치하고 있었다. 정당인들만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 바깥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치당하는 사람으로 남지 말자. 정치는 정당인들만의 고유한 행위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의 안과 밖으로 당당하게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거리에서 만난 이야기] 인터뷰 연재
: 글/사진. 이도영, 이범진, 정상석, 정소연
: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 문의. 이성휘(seoulyouth20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