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마..ㅇ치고
대학에 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겨졌을, 교복을 입던 시절의 열여섯.
대학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에서 씻을 수 있었던,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열일곱.
삐뚤어진 마음, '하는 대로 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던, 후회 많은 열여덟.
2주 내리 밤을 샜지만
생각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시험지가 찣겨나도록 지우고 푼 1번 문제를, 결국 풀 수 없었다.
스무개의 객관식과 다섯개의 서술형한테 얻어맞은 내가
너덜한 마음을 품고 찾아간 교무실,
선생님은 내게 '시험을 잘 치는 법', 그리고 '잊고 나아가는 법'만을 말씀하실 수밖에 없었다.
여러가지 생각들 사이로
내 간절함에 대한 의심은 깊어져만 가더라.
만약 내가 정말로 간절했더라면, 지금보다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싶은 잡념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던 와중
문득,
'하나의 문제'에 결정되는 내 세상과
'그 한 문제에 매달리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지금의 내 아픔이 되게 쓸모없이 느껴졌는데
대학에 간다는 것
또다시 평가받는다는 것
나는 계속해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을 때
어째서 '그렇다'는 말을 꺼낼 수 없는지
그럼에도 대학에 가고싶냐고 물을 때
여전히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는지
뭐 어쨌든
일말의 확신을 가져다 주리라 믿었던 이번 시험을
나는 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