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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Jun 28. 2017

누군가 내게 대학을 물었다 (1)

나는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에 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겨졌을, 교복을 입던 시절의 열여섯.


대학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에서 씻을 수 있었던,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열일곱.


삐뚤어진 마음, '하는 대로 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던, 후회 많은 열여덟.




평소 말이 앞서는 편이라, 공공연하게 대학을 가지 않겠다 떠벌리고 다니던 내가 대학을 가겠다고 하자 친구들은 내게 "왜 대학에 가려는 거야?"라고 물었다.

글쎄.


가장 친한 친구 놈이 갑자기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님의 몇 마디 질문에 바닥을 보인 내 비루한 마음 때문만도 아니었다.

학문에 대한 갈망 때문만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서 오는

불안함을 참을 수 없어서다.


남들이 다 가려는 길 안 가려는 것도 무섭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뭔가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열여덟의 내가 했어야 하는 고민, 그것은 단순한 '불안감'을 넘었어야 했다.


"나는 뭘 하고 싶지?"

라고 물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다 보니


나의 환경 속에서 잡을 수 있었던 최선의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말았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제,

빗방울을 간신히 뚫고 들어간 아파트 안에서 여전히 나는

우산을 손에 들고 있다.


놓지 못하는 우산.

지금의 내가 놓을 수 없는, 대학.


철이 너무 늦게 들어서,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시간이
마냥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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