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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Apr 16. 2022

지노 배낭여행기 - 49일의 세계일주 42

파묵칼레(2)

이천년 묵은 돌방구를 실컨 구경하고 난 뒤 여기 야외 온천풀장에서 땀을 식히고 난 뒤 두번째 코스인 파묵칼레(목화성) 구경을 가는데 벌써 반쯤 지처버린 내 발걸음을 떼는 것이 쉽지가 않다. 구경이 때로는 철천지 웬수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내 체력이 이제 거의 바닥에 다다렀다는 이바구인가. 겨우 42일정도 여행하고나서 이렇다는 말인가?



 

히에라폴리스에서 바로 밑으로 내려가니 그 희다는 목화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니까 로마시대가 아니고 셀주크 오스만 터키가 로마제국으로부터 이 지역을 접수하고 난 뒤부터 여기 높은 곳에 성채를 구축했는데 삥둘러 성의 잔재가 남아 있다. 그 성채 위로부터 온천수가 흘러나와 성채 밑에 있는 바위를 온통 하얗게 채색해 놓으니까 지금의 파묵칼레(하얀 목화성)가 되버린 모양이다.  



꼭 무슨 천일 염전같기도하다. 재작년에 시실리갔다가 삼천포로 빠져 버린 말타의 고조섬에서 본 천일 염전하고 비스무리한 이미지를 내게 준다.



 말타섬 북부 고조섬에 있는  천일 염전.



 

성채밑으로 온천수는 끊임없이 흘러 내린다.  



 

가이드가 내게 묻는다. 신발벗고 물속으로 걸어 내려 갈래 , 아니면 신발신은 채로 삥둘러 돌아가서 저 밑에 가서 만날래. 처음에는 신발벗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언뜻 내키지 않아 그냥 신발신은 채로 멀리 둘러 가려고 하다가 맴을 바꿔 묵었다. 이게 관광 코스라면 나도 가 봐야지. 실제로 가보고 나니 이게 괜찮은 코스다. 그러니 담에 파묵칼레 구경가는 사람은 그냥 발 둥둥 거지고 온천수따라 사북작 사북작 걸어서 내려가면 구경 잘 한 거니까 그렇게 하세요.



전부다 저렇게 둥둥 거지고 내려간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뜨뜻한 온천수 내려가는 골에다 발만 담가 가지고 족욕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 녀석이  오늘 나하고 같이가는 일본 대학생이다. 나이는 내 딸래미보다 어린 놈이 부모 잘 둔덕에 세계 여행하고 있다. 집은 오오사카이고 이공계 대학 2학년인데 휴학하고 세계 여행길에 오른지 6개월만에 터어키 파묵칼레에서 내하고 만나 오늘 이렇게 같이 구경하고 있다. 저그 아부지가 내하고 동갑이란다.


외동아들이란다. 집안은 부유한지 똥가방(루비똥)에  ipon  셀폰에다 ipad까지 가지고 다닌다. 한달 전에 아프리카가서 찍은 사파리 사진까지 자랑삼아 보여준다. 물어봤다 궁금해서. 니 일년 세계여행 예산이 얼만데. 정확하게 말은 안해 주는데 6개월동안 만오천불정도 들었단다. 그렇게 호화 여행은 아니다. 보통 일년짜리 세계여행하는데 아껴쓰도 약 3 만불 든다고 한다. 부모 잘 둔 너나 돈없는 부모 둔 내나 세계여행하는거는 마찬가지인데 가만 생각하니 저 자슥은 내보다 졸라 어린 나이에 세계여행하고 있잖아. 그러니 잠깐 야마가 돌아 일본의 그 유명한 그 양반이 머리에 스치고 지나 가더라. 도끼로 이마까상.




그냥 언뜻 보면 눈이 와서 얼은붙은 고드름으로 보인다.



겨울내내 얼어붙은 고드름이 봄기운에 녹아  물이 뚝뚝 흐르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게 아니고 온천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하얀 사막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 물이 흐르지 않는 바닥인데 물이 흐르지 않으면 곧 거무틱틱하게

색깔이 변한다고 한다.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잡은 모습이다. 색깔이 희지 않은 부분은 온천수가 흐르지 않아 화학작용이 중지된 것이란다.  



  

가다가 구경 온 현지인 가족사진 찍었다. 이제는 이런건 내 주특기다. 내가 사진 찍고 싶으면 그냥 가서 뻔뻔스럽게 말한다. “사진 한방 찍으실려우” 그렇게 물으면 십중팔구는 “why not”이다.

내 목표가 전 세계 국가의 전 세계 인민을 다 찍어 보는거다. 유적이나 풍경사진은 사실 별거 아니다. 보기는 좋아도 숨이 붙어 있지 않으니까. 인간이 살아 가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생활하는거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도 사람이다. 잘 난 사람 못 난 사람, 부자나라 사람 걸뱅이 나라 사람, 힌둥이 나라 사람, 검둥이 나라 사람, 누렁팅팅한 나라 사람, 이런 사람 하나하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폼나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걸 수긍할 때 우리는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 하나 하나로 볼 때 그 사람은 이 우주에서 하나 뿐이고 어느 곳에서도 같은 개체를 볼 수 없다. 그러니까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때로는 인격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운 년놈도 만나지만) 지 잘난 멋대로 행동하더라도 우리는 이해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살아 가니까. 나 역시 내가 하나의 개체로 내 폼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 나를 뺀 전 세계시민이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니까. (루비)똥철학은 여기서 그만하고……. 진도나가자.



얼음 동굴같다.



 

성위에서 암벽을 적시고 흘러내린 온천수가 밑에서 작은 호수를 이룬다. 여기도 야외 풀장인데 몸을 담그는 사람은 없다. 온천수가 내려 오는 동안 다 식어서 좀 썰렁하겠제.  



이걸 멀리서 보면 하얗게 보여서 하얀성이란 별칭이 생긴건데 가이드말로는 현지인들은 파묵칼레말고 다른 말로 부르는데 천국의 성이란다. 천국가면 저렇게 하얗게 되어 있는 모양이지.



온천수가 흘러 내리는 바닥에는 저런 황갈색으로 변한 부분도 있다.



 

군데 군데 저런 목욕탕같은 생긴 곳에 물이 고여 있는데 인위적으로 만든것 같기도 한데….

수영복입고 물에 들어 앉아 있으란 말인가?



 

여기가 맨아래로 내려 오는 마지막 코스다. 파묵칼레는 눈(eye)으로 구경하고 온천수에 발 담가보는 재미밖에 다른 것은 없다.



파묵칼레 끝내고 다음 코스인 에페수스가는 버스타는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 사람들 만나서 한담 좀 하다가 동네사람들 한장 찍었는데 전부 내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이다. 여기서 교포를 만났는데……….



서울서 파묵칼레로 시집 온 아지매다. 가운데 신랑이 터키쉬다. 나는 몰랐는데 위에 있는 동네사람들이 코리안 와이프라고 알려줘서 알았다. 여기 시집와서 좋냐고 물었더니 좋은데 너무 시골이라 심심하단다.



이 놈이 큰 아들인데 말 직싸게 듣지도 않고 지멋대로 하는 놈이다. 지 엄마, 아빠, 동생하고 같이 사진찍자해도 죽어도 안찍는다 해서 따로 찍을 수 밖에…….  



결국에는 우째 꼬셔 가지고 가족사진을 한 장 만들어 보았다.



 

한국 관광객이 오기는 많이 오는 모양이다. 버스 정류소 옆 현지인 식당인데 눈에 확 띄는 광고판을 한글로

달아 놓았네.



식당 옆에 세워논 조형물인데 혼또 몸짱이다. 마침 해가 뉘엿 뉘엿 넘어 가면서 길게 그림자도 드리우고 붉은 노을 빛에 사진도 황금색이다. 오늘 이바구에는 유난히 똥색이 많이 나오는구나. 루비똥, 개똥철학, 황금색 등등…… 난 좀 있다가 여기서 버스타고 터어키 마지막 여행지인 에페수스로 간다. 저녁에는 버스로 이동하고 내일 하루 에페수스 구경하고 내일 저녁에는 밤버스로 이스탄불로 돌아 가서 아침에 뱅기로 빠리로 들어 갈 예정이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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