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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13. 2022

지나간 가을의 향기

-<내추럴 가든>에서

 오랜만에 북한강 산책로에서 산책을 했다. 강변에 새로 생긴 카페-라온 드 뷰-를 지나가는데 아이유의 '가을아침'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아이유의 청아한 목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떠올렸지만 입동도 지난 양평에서는 점점 가을의 향기가 퇴색하고 있다. 올해 유난히 진하게 들었던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몸을 떨군 채 조용히 사그라들고 있다. 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 겨울이란 하얗게 일어나는 피부, 시린 발가락의 다른 이름일 뿐이므로 이 아름답고, 적절한 계절 가을의 소멸은 붙잡지 못할 외사랑처럼 느껴진다. 

  

<내추럴 가든> 주차장의 가을


 지난달 가을이 깊어가니 조금 더 가을을 느끼고 싶었다. 지인과 함께 드라이브 중 우연히 '내추럴 가든' 주차장에 도착했고, '내추럴 가든? 도대체 뭐지?' 하는 의문은 서종 ic에서 들어올 때 보았던 이정표에 가 닿았다. 양평에서는 그 나름 유명한 카페였다. 마치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꽤 넓고 잔잔한 개울이 카페를 휘돌아 나가고 자갈 위에 벤치를 두어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주파수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이었다.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자몽차를 마시며 저 벤치에서 오래 앉아 물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때의 정서가 그리워 몇 주 뒤 다시 찾았을 때에는 더욱 짙어진 단풍, 새떼와 조우하게 되었다. 갈 때마다 다른 풍경이라니..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사물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자각했다. 


 

 이렇게 날이 추워지고 보니 가을을 더 만끽할 걸 그랬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있을 때 잘하고, 있을 때 소중히 대해야 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마찬가지인 것을 어리석은 중생은 꼭 겪어봐야 안다.

 

 언제쯤 자연처럼 깊어지고 결실을 맺는 인간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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