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100일 남았습니다, 목표를 잃어버렸습니다.
시간이 멈췄습니다
지금까지 한 복무일수는 정확히 540일.
앞으로 남은 일은 100일.
말년휴가는 약 60일.
실출근기간 40일 정도로 계산.
하지만 오히려 체감시간은 느려졌습니다.
군대에 들어와서 브런치도 시작하고, 블로그도 해보고, JLPT 1급도 따보고, 매경 우수에 태셋 S급도 따보고 다이어트도 성공했습니다. 단편 소설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책을 벗으로 삼아 사서가 된 상태입니다.
부조리하던 선임은 거의 떠났고 친했던 사람마저 인스타에는 해외여행 이야기로 도배돠어 있습니다.
이젠 후임들과도 친해져 사적으로 만나기도 하죠.
저번주부터 말년 휴가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와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근황으로 올릴 텐데, 계란찜, 감바스, 닭구이 등 많은 것을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채소 중 당근과 고추 칼질이 너무나도 어려웠지만, 3일 차인 지금 어찌어찌 느리게 하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안 다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어머니의 말씀, 명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목표는 혼자서도 잘 사는 것이니깐 말이죠. 요리, 운전, 청소, 돈 관리 등 최소한 집안일과 자기 관리는 제가 남의 도움 없이 당연히 해야 할 소양이라 생각입니다.
제 말년휴가 계획은 거의 정해졌고, 전역 후 사회 복귀를 준비 중입니다. 그래서 모든 군생활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100일이 와도 기분만 그렇게 바뀌지, 제가 군복 입은 것은 여전합니다. 솔직히 시간이 멈췄습니다. 이룰 것도 다 이뤄서 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라에 대한 헌신? 충성? 이미 예전에 부조리로 모두 메말라버렸습니다. 그냥 잠자코 묵묵히 복무율을 녹일 뿐입니다. 잠시 목표를 잃어버려서 방황 중입니다. 이런 마리 아픈 것은 휴가 복귀 후 다시 생각해야겠습니다. 아직은 사회 복귀 연습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