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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모 Apr 18. 2021

곰탱이가 갔다

곰탱이가 갔다. 다시 쓰러지고 일어나길 반복하고 많이 아파하다 갔다. 밥도, 물도 못 먹고 반응이 없던 친구가 계속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다. 차라리 빨리 곰탱이가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가버렸다. 이제 편해졌을까. 곰탱이 체온이 남아있을 때 한 번 더 안고 싶었다. 그동안은 내가 곰탱이 체온에 의지했는데 곰탱이도 느꼈으면 해서. 늘 곰탱이가 추울까 담요 속에 넣고 안다 이번엔 그냥 안았는데, 너무 가벼웠다. 1킬로는 넘을까. 2킬로는 절대 안 되겠네. 왜 이렇게 가벼운 거야. 언제 가벼워진 거야.


어릴 적엔 곰탱이가 오래오래 살길 바랐는데 한 번 크게 아픈 다음부터 아프지만 말고 마음대로 살고 편하게 가길 바랐는데 너무 지독하게 아프다 간다. 배 아플까 봐 간식도 많이 못 줬는데, 가기 전에 간식이랑 곰탱이 좋아하는 것들 많이 먹이자고 엄마랑 이야기했었는데 곰탱이는 나중에 간식도 거부하다 갔다. 


지난 한 달간 힘든 삶을 살았다. 혹시 내가 없을 때 곰탱이가 가버릴까 봐 본가에서 출퇴근하고 돌아오면 늘 곰탱이를 안고 산책했다. 이번에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 코로나보다 곰탱이를 다시 못 볼까 무서웠다. 곰탱이 마지막을 못 챙겨줄까 봐 무서웠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덕분에 곰탱이 마지막을 챙길 수 있어 다행이다. 남은 재택근무를 견디는 게 너무 무섭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곰탱이가 없는 집에 있는 것, 집에 돌아오는 게 걱정이고 싫다. 


곰탱이는 늘 날 기다려줬다. 군대도, 산티아고도, 집에 늦게 오든 일찍 오든 곰탱이는 늘 집에서 날 기다려줬다. 곰탱이를 처음 키울 때 잘 몰라 못 해준 게 너무 많아 늘 미안했다. 사회화도 몰라 친구도 못 만들어줬고 산책을 매일 해야 하는 것도 몰라 산책을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그래서 막판에 곰탱이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 늘 더 챙기려고 하고 늘 더 먹이려고 하고 바깥바람 쐬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다시 한번 곰탱이가 긴 시간 아프면서 미안함을 줄이고 이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곰탱이도 느꼈으면.


지난 재택근무 때 점심 먹고 거의 늘 곰탱이를 안고 아파트 안을 산책했다. 곰탱이를 위한다는 산책이었는데 날 위한 산책이었다. 곰탱이 체온과 따뜻한 햇볕도 느끼고 계절이 변화는 것도 산책에 즐거움도 알았다. 


곰탱이를 잘 키우진 못했지만 최고로 좋아했고 최고로 잘해줬고 최고로 아꼈고 최고로 생각했다. 




곰탱아 우리 집에 와 줘서 고맙고 같이 살아줘서 고맙고 맨날 화내고 물려고 했지만 물려고 한 게 아니지 물었지만 긴 시간같이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 뽀뽀도 많이 못 해줘서 미안 해. 너 목욕 싫어해서 더럽고 혹시 물까 봐 무서워서 못했어. 나 개털 알레르기 있잖아. 아까 너 가고 뽀뽀해봤는데 너무 미안하더라. 한 번씩 해줄걸. 아마 근데 넌 싫어했을 듯. 온몸이 다 아팠을 텐데 원하는 게 많았을 텐데 잘 모르고 키워서 미안해. 다시 키우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없었으면 우리 집은 너무 삭막했을 거고 이제 다시 삭막해지겠지 생각했는데, 너 이야기하느라 삭막하지 않을 것 같아. 고마워. 간식이 너무 많이 남아 아쉽다. 먹을 때 더 많이 줘버릴걸. 내가 너한테 잘 할 시간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고마워. 네가 볼 땐 어땠을지 몰라도 나 진짜 열심히 했어. 너한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 좋았어. 난 다시는 말티즈는 안 키울 거야. 성격이 너무 안 좋아. 같이 오래 살아줘서 진짜 진짜 고마워. 가족 모두 있을 때 가줘서 고마워. 모두 같은 마음으로 울 수 있어 좋았어. 자주 말 못 했지만 진짜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 난 사후 세계는 안 믿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아프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너 마음대로 잘 살아. 혹시 있다면 꼭 다시 보고 싶어. 이제 네가 없으니 난 다시 내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살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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