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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초이 Dec 25. 2020

두 번의 '올데이 명상' 체험기

하루하루 단단해져 가는 30대의 기록

11, 12 8 동안 토요일  시간, 일요일  시간 명상 수업을 들으며 보내는 깊고, 빡센 연말. 이달 초에는 묵언으로 (밥도  먹고!) 6시간 동안 수련에 집중하는 올데이 명상을 해냈고, 오늘은 3 동안 8시간씩 이어지는 집중 수련의 첫날이었다 (무려 크리스마스!!!) 수련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온전히  맨몸으로 알아지는 것들과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올데이 수련 (12/6)

 경험(?) 일주일 전쯤부터 유난을 떨었다. 하루 45분의 바디스캔 숙제도 맨날 끝을 보지 못하고 숙면에 빠지는데 6시간을 어찌 버티나. 아침까지 이어지던 불안과 걱정은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 사라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뜬히 쉽게 몰입에 성공했고, 심지어 맑고, 상쾌한 느낌도 있었다. 미리 했던 걱정들이 -. 평소에 우리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갖가지 생각들은 대부분이 생존의 기제에 의해 작동되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는 --- 상관이 없는 생각을 발라내는 경험을 했다.


작년 11월에 코칭 스터디에서 ‘너의 내면을 탐색하라 책을 읽으면서 처음 명상을 접했다. 그때는 명상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불안한 일들에 대한 감정들이 피어오르고, 그것을 직면하자니 오히려 불안이 증폭돼서 고스란히 몸으로 느껴져 5분도 못가 혼자서 중도 포기하고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6시간 내내 여러 생각들이 피어오르기는 똑같았다. 당연히 그중에는 어려운 고민들, 힘든 상황들에 대한 생각도 섞여있었다. 다만,  가지 달라진 점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감정의 동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 그저 머릿속으로 하는 여러 가지 생각 중에 하나구나- 하고, 덤덤하게 바라보고, 심장의 떨림도 없이 평정심을 가지고 고요하게 떠나보낼  있었다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속닥속닥 말을 걸어오던  안의 부정성들이, 꽤나 많이 비실비실해져가고 있다는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마음챙김의 힘이 일상 속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조금  견고하고, 강인한 아이가   있도록 무럭무럭  키워야지


두 번째 올데이 수련 (12/25)

3일간의 집중 수련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이틀은 연차를 냈다가, 폭탄처럼 이어지는 업무 연락에 연차는 철회하고, 업무에다가 하려고 했던 개인 일들을 처리해내고 더욱 지친 몸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지난번의 가뿐하고 명료한 경험과는 달랐다. 9시부터 수련이 시작되었지만, 11시가 넘어가도록 제대로  마음 챙김은커녕, 집중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동안 명상을 방해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대부분 후회, 실망, 속상, 상처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오늘은 대부분 행복감에 넘치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 복잡했다.


회사에서는 4억이 넘어가는 딜을 성사시켰고, 개인적으로는 가고 싶던 오피스텔에 우연히 부동산 대책의 수혜자가 되어 계약을   있게 되었고, 명상 공부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일을 도와드리며, 배움을  가까이할  있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그야말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일들이었는데, 명상을 하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는  같지 않았다. 이사 가는  생각이 한번 떠오르면, 소파를 고르고, TV 주문하고, 새집에서 이불을 덮고 잠드는  순간까지 쭈욱- 고속 자율주행모드로 딴생각에 흠뻑 도취되어 다시 명상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세월이 걸렸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떠오르자마자 금방 금방 알아채고 떠나보냈던 경험과는 너무 상반된 일이었다.


책에서 읽어본 갖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며,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날뛰던 마음이 조금은 정돈된  같았다. '오늘 명상 제대로   맞을까?' 하는 질문.  넘어서 죄책감이 들었다. 선생님은 ' 기분 좋은 생각들을 멈출  없었던 마음을  꺼풀  아래로 들어가서 살펴보았으면 좋겠다'하셨다. 그리고 금방   같았다. 그건 얄팍한 승리에 대한 집착이었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모습을 증명해냈다는 자아도취, 그동안 내가 부정하고 있던  모습에 대한 혐오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수련을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즐거움마저 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상하다는 것은 허무감이 아니다. 영원히 손에 쥐고 싶었던  즐거움도,   즐거움이 나타나면 금세 소멸되고, 자존감을 건드리는 얄팍한 에피소드에도 금방 빛을 잃어버린다. 어떤 일에도 '좋고 싫음'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떤 일에도 '기대나 실망' 색안경 또한 없이 그저 순수하게  순간을 경험하며 현존하게 되기를 바라며, 내일 수련도 아자자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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